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御眞)을 이안(移安)하는 행렬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내장산 조선왕조실록 보존터로 가는 탐방로에 설치됐다.
정읍시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안전하게 지켜냈던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내장산으로 옮긴 안의(安義)·손홍록(孫弘祿)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형물을 설치했다.
국보 제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제1대 왕 태조부터 제25대 왕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사서(史書)이다.
1592년 4월 임진왜란 발발 20여일 만에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에 보관했던 조선왕조실록이 불에 탔고 전주사고본도 소실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정읍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동년 6월 22일(음력 기준) 마을사람 20여명과 함께 전주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을 내장산 용굴암, 은적암, 비래암 등으로 옮겨 1년여 동안 지켰다. 두 선비는 이 과정을 임계기사(壬癸記事, 전북유형문화재 제245호)로 남겼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이 익산, 아산, 인천, 강화부까지 옮겨질 때도 사재를 털어 동행하며 태조에서 명종에 이르는 조선 전기 200년 역사 기록의 단절을 막을 수 있었다.
전란이 끝난 후 조선왕조는 전주사고본을 복본(複本)해 춘추관,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사고(史庫) 등 깊은 산중에 보관해왔다. 이후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학수 시장은 “기록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안의·손홍록 선생을 비롯한 선조들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내장산에 조선왕조실록 이안행렬 조형물을 설치했다”면서 “앞으로 정읍이 가진 소중한 역사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읍=김진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