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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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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
  • 전민일보
  • 승인 2023.06.15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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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주기도문의 일부인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라는 기도문이 있다. 아마도 이 기도는 교회를 출석하는 교인이라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암송할 것이다.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우리 대부분은 막연하나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범죄와 유혹에 빠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정직하고 바른 삶을 살기를 원한다. 사적인 관계나 이해관계가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대부분은 착하고 정직하고 따뜻하고 공의롭고 선한 품성의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전하는 뉴스로부터 범죄 이야기를 듣다보면 오랜 시간 논쟁거리였던 인간의 성선설과 성악설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주장의 일환으로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루시퍼는 하늘의 대천사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만 교만해져서 하나님의 분노로 지상에 던져진 악마로 전해지는 인물로서, ‘루시퍼 효과’는 사회 심리학자 P. 짐바르도가 창안해 낸 용어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기 위해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을 실시하면서 선량하고 평범했던 시민이 어떻게 악마로 변해가는 과정을 실험한 후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루시퍼 효과’를 보여주었다. 짐바르도 교수는 이 모의 실험에서 평범한 대학생들이 1주일도 안되어 가학적인 교도관 혹은 정신 쇠약 증세를 보이는 죄수로 변해갔고 급기야 실험은 중단되었다고 한다.

굳이 이 모의 실험이 증명하지 않더라도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부 교도소에서 자행된 포로 학대는 전세계를 경악케 했는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고향에서는 더없이 평범한 이웃, 선량한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미군 병사들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극도의 모욕과 고통을 주는 고문을 저지르면서 웃고 즐기며 기념촬영을 해 전 세계를 분노케 했다. 이 실험을 통해 범죄적 인물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집단적으로 상황이 바뀌면서 쉽게 가학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강력한 권력 집단이나 이익집단 혹은 어떤 평범한 단체나 학교에서도 이런 악마적 기행이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섬뜩한 실험이었고, 그 이후 루시퍼 효과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인간에게 집단 범죄와 동조라는 인간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렇다. 한때는 선량한 이웃이었고 동료였고 찬사의 대상들마저 어느 순간 내 이익과 반하는 상황에 처할 때 특히 그가 가진 권력이나 인맥 혹은 그와 유사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화되면 갑자기 악마로 둔갑하고 비난과 공격의 주체가 되어간다. 일어나는 일들의 진실 여하를 막론하고 자기 취향과 정서에 맞는 단편적 정보에 근거를 두고 여론몰이와 집단화로 한 인간 혹은 한 집단을 사회적 죽음으로 몰아가고 실제로 학살하기도 한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해석이라는 C.H. Carr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요즘 돌아가는 세상살이와 주변의 일들을 돌아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또 무엇이 왜곡되었는지 혼란스럽다. 아마도 그것은 판단 기준과 가치가 지극히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손해가 되더라도 옳다는 일과 공동의 선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단의 힘을 활용하기도 한다. 집단 지성, 소위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익이나 여론에 휩쓸린 집단 지성은 루시퍼 효과를 양산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명분은 언제나 그럴 듯하다. 그 명분을 잘 들여다보면 결국 소수의 이익이나 불법을 포장하는 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만이 의롭다거나 ‘나’만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자기 의’가 루시퍼 효과로 전락하는 유혹 내지 죄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반성과 자성이 필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 제주 4·3 사건, 여순 사건 그리고 5·18 광주 사건 등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이뿐이랴! 지금도 몇몇의 이익 내지 불순한 명분을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루시퍼 효과에 빠지는 유혹이나 죄에 빠지지 않도록 간구하는 주기도문이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채은하 한일장신대학교 총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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