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명랑한 아이였는데...”
지난해 9월 가영(당시 17·가명)양은 전주의 한 통신업체 고객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다.
남한테 지지 않는 성격 탓에 머지않아 회사에서도 가영양은 인정을 받게 됐고, 회사의 에이스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가영양은 회사 업무의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씩씩하고 밝은 성격의 가영양은 부모에게는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가영양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영양이 부모에게 “나 회사 그만둘까”, “나 회사에서 너무 힘들어” 등의 말을 자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가영양의 부모는 매번 가영양을 위로하고 달래줬다.
가영양의 아버지(58)는 “회사에 들어가면서 성격이 많이 변하기 시작했다”면서 “회사에서 심한 압박을 받아 많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집에서는 과묵한 성격이여서 부모에게 잘 말을 안했었다”며 “가영이 친구들에게 많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가영양의 아버지는 가영양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가영양의 아버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잠시 후 가영양에게 연락이 왔다. 가영양은 너무 힘들어서 사직서를 쓰겠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 한 것이다. 가영양의 아버지는 가영양의 의견을 존중하고 허락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돌아온 다음 날인 지난 1월 21일 저녁 가영양이 잠든모습. 그것이 가영양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본 가영양의 모습이였다.
유족들은 가영양의 죽음에 통신업체 고객센터가 “가혹한 업무를 강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면박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근무시간이 외의 근무를 강요했다는 것이 가영양 아버지의 주장이다.
가영양의 아버지는 “딸과 연락을 하면 퇴근시간에 제때 끝나지 않은 적도 여러번 있다”며 “딸이 이런부분을 힘들어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가영이가 들어간다고 한 회사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통신업체 고객센터는 “가영양은 일도 잘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우리도 이런 일이 발생할 줄도 몰랐다.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가영양과 면담을 5번이상 진행했다”며 “업무가 힘들다거나 이상한 점을 발견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업무에 관련되서는 “실적이 존재하지만 오후 6시가 되면 업무가 끝이난다”며 “그 이상 근무를 하거나 면박을 주진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께 전주시 우아동 아중저수지에서 가영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가영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