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간소화 분위기 확산
손님 발길 뚝·폐업 상점↑
반면 대형마트는 손님 몰이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 절실
"손님이 너무 없어요. 문 닫은 가게들도 많고 사람 구경하기 힘드네요"
설 연휴를 한 달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은 좀 처럼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시민들의 지갑 사정은 팍팍해졌고, 짧은 설 연휴기간으로 인해 차례상 마저 간소하게 치르려는 분위기에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에 찾은 전주 남부시장은 차가운 공기만 시장 안을 맴돌았다.
시장 안은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이들은 과일과 채소, 생선 등 각종 설 명절 음식 재료들을 진열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열을 끝낸 상인들은 썰렁한 거리를 바라보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기다림에 치친 일부 상인들은 일손을 놓고 티비를 보거나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20년간 어물전을 운영해 온 상인 박모(70)씨는 "오늘 들어온 생선입니다. 한번 보고 가세요"라며 손님을 붙잡고 애원해 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둘러보고 올게요" 뿐 이었다.
박 씨는 "우리가게를 일부로 찾아와 사는 단골들도 요즘은 발걸음이 뜸해졌다. 생선이나 과일 가격이 엄청 오르니까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이제는 사람 구경도 힘든 처지이다"며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이보다 더 나아질거란 기대감에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명절마저 힘들어지면 우리도 문 닫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되지 않겠냐"며 "시장 안을 둘러보면 문 닫은 상인들도 엄청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 내 골목 사이사이에는 불 꺼진 상점들이 절반 가까이 있었다. 불 꺼진 상점 밖에는 천막이 쳐져 있었고, 언제 열었는지 가늠도 안될 만큼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높아진 물가에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시장 내 문 닫은 상점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
이러한 고물가는 전통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도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과일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높은 과일가격에 선뜻 물건을 담지 못하고 있었다.
품질 좋은 귤이 눈에 들어왔지만 1박스에 4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보고는 "너무 비싸다"며 이내 귤을 내려놓았다.
과일 가게에서 마주한 손님 김모(50)씨는 "요즘 과일 가격이 너무 비싸 시장은 좀 싸지 않을까 해서 방문했는데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것 같다"며 "체감상 올해 2배 정도 과일 가격이 오른 것 같은데, 비싸져서 손이 덜 가게 된다. 고기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시름을 앓고 있는 반면 대형마트의 분위기는 달랐다. 각종 세일 등으로 저렴한 값에 설 상품이 공급되고 있어 시민들이 몰렸다.
시민 강모(40)씨는 "전통시장이 물가는 더 싸지만, 마트는 실내라 따뜻하고 배송 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편의성을 고려해 대형 마트를 찾게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최근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사실이다"며 "상인들 모두 설 대목을 앞두고 기대감이 큰 만큼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