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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인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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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인권 문제다
  • 전민일보
  • 승인 2023.09.1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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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남미는 겨울이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이 실종됐다. 세계 최고도 호수 ‘티티카카’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걸쳐 있다. 해발 3,800m에 안데스 산맥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8월 한때 기온이 37도까지 치솟는 역대급 폭염으로 물 증발량이 너무 심해 호수 수위가 급감했다.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인근 주민 300만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브라질의 경우 8월말 기온이 42도까지 치솟았고 빈민들은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폭염으로 인한 산불 피해도 컸다. 하와이의 경우 115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실종되는 산불참사가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지금도 산불이 진화되지 않았고 남한 면적의 1.5배가 탔다. 산불 때문에 3주가 넘게 대피한 주민들이 2만명이 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봄에는 가뭄으로 고통이 컸다. 전남 보길도의 경우 3월부터 제한급수를 해 8월에는 2일 급수 8일 단수까지 이어져 섬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자택냉방을 할 수 없는 빈곤층에게 폭염은 잔인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생물학적 약자들에게 폭우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8월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가족이 물에 잠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북극곰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북극곰의 생존만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인간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 19처럼 온난화로 인해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늘면서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하고 있다. 시베리아 동토가 녹아내리면서 수만 년 동안 땅 안에서 언 상태로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전염력을 유지한 채 발견됐다. 면역력이 없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가 그랬듯이 다시 팬더믹이 온다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고통을 받고, 그 피해는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기후 위기는 환경의 문제를 넘어 인간생존권의 문제, 즉 인권의 문제가 되었다.

지난 8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공화당원의 72%는 기후보다 경제가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2018년과 비교해 13%가 증가한 수치다.

미국 대선 차기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전대통령 트럼프는 ‘기후 위기는 없다’는 주장을 거침없이 피력한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유력 경제단체들이 2025년 예정된 기업들의 ESG경영 공시 연기를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기후위기 극복이 세계의 주류 의제로 정착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생각할 것은 아니다. 기후 위기를 인권의 문제로 보고 대응하는 움직임이 유엔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유엔인권이사회는 기후변화와 인권에 관한 12개의 결의를 채택하고 기후변화 특별보호관을 임명했다. 2022년 제50차 인권이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인권 보호를 골자로 한 사무총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올초 기후위기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 “기후 위기가 생명권,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인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기후 위기로부터 인권을 보호 증진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현재를 위해 미래를, 나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았기에 인류가 오늘에 이르렀다. 기후위기라는 이미 예견된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현명한 선택을 믿는다.

정호윤 전라북도 인권담당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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