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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통문(沙鉢通文)’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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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통문(沙鉢通文)’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과제
  • 전민일보
  • 승인 2023.06.1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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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프랑스 파리로부터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거기에 ‘사발통문’ 넉 자의 이름도 올랐다. 백성이 주체가 되어 자유·평등·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 ‘기억의 저장소’로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1892년 고부군수에 재임된 조병갑은 탐학과 수탈을 일삼았고, 그해 겨울, 강제노역을 동원 대대적인 만석보 축조에 나선다. 그리고 1893년 가을 당초 약속과 달리 수세를 강제 부과하였다. 이에 면세해 줄 것을 고부군수를 찾아 전봉준 부친인 정창혁, 김도삼, 정익서 등이 주민과 함께 요구했으나 그는 곤장으로 대답하였다. 이처럼 개선할 의지가 없자 동학접주 등 뜻있는 인사들이 자리를 마련하였다.

지금부터 130년 전 1893년 11월, 당시 고부군 대뫼(竹山)마을에서 담대한 거사계획을 세운다.

계사(癸巳) 십일월, 전봉준, 송두호, 정종혁, 송대화, 김도삼, 송주옥, 송주성, 황홍모, 최흥열, 이봉근, 황찬오, 김응칠, 황채오, 이문형, 송국섭, 이성하, 손여옥, 최경선, 임노홍, 송인호, 각리리집강 좌하, 우와 같이 격문을 사방에 비전하니 물론 솥에 물 끓듯 하였다. 매일난망을 구가하던 민중들은 곳곳에 모여서 말하되 “났네 났어 난리가 났어”, “에이 잘되었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들이 한사람이나 어디 남아 있겠나”하며 기일이 오기만 기다리더라. 이 때에 도인들은 선후책을 토론 결정하기 위하여 고부 서부면 죽산리 송두호가에 도소를 정하고 매일 운집하여 차서를 결정하니 그 결의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효수할 사. 1. 군기창과 화약고를 점령할 사. 1. 군수에게 아유(阿諛)하여 인민을 침어(侵漁)한 탐리(貪吏)를 격징(擊懲)할 사. 1. 전주영을 함락하고 경사(京師)로 직향(直向)할 사.’

이 소식을 접한 조정은 군수 조병갑을 1893년 11월 30일 익산군수로 발령을 냈으나 후임 군수 6명은 신병 등의 이유로 부임하지 않았으며 1894년 1월 9일(음) 조병갑을 다시 고부군수로 발령하였으니 조병갑이 세 번째로 고부군수에 부임하는 날이다.

동학농민혁명 역사는 바로 써져야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고부 군민들은 분개하였다. 말목장터에 모여 조병갑의 죄악을 고하고, 1894년 1월 10일 새벽 농민군은 고부관아를 점령한다. 이것이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인 고부봉기이다. 고부봉기 이후 무장기포, 백산봉기, 황토현 대첩으로 이어지고 드디어 그해 4월 27일 전주성을 입성하였으며 9월 봉기이후 혁명은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렇듯 동학농민혁명은 전봉준 장군이 공초에서 밝혔듯이 봉기의 가장 큰 원인은 만석보 수세였고 이를 면해 달라는 진정과 사발통문 작성 그리고 고부봉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동학농민혁명의 거사계획이었던 ‘사발통문’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너무나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사발통문’에 가치를 재조명하고 가려진 동학농민혁명사를 바로 잡는 일이다.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어떻게 만석보와 말목장터를 그리고 사발통문과 고부봉기를 기술하지 않고 동학농민혁명사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동학농민혁명 역사를 왜곡하는 전라도천년사를 폐기하라는 주장이 당연시 되는 대목이다. 역사는 역사적 사실대로 순서에 따라 기술하면 되는 것이다. 감히 후세가 이를 분리하고 선후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자 언어도단이라 할 것이다. 역사는 바로 써져야 한다.

김철모 시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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