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믿고 맡길 수 있는 관립 어린이집은 평균 3달을 넘게 기다려야 할 만큼 너무 적고, 그나마 일부 민간 어린이집은 원아 모집으로 보육비 덤핑까지 하고 있어 더 믿을 수가 없게 됐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모든 육아 부담을 개인, 가정에 맡기는 꼴이 되고 그것은 국가적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성취도까지 막고 있다.
더욱이 출산을 위해 휴직한 직장여성들이 보육비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퇴직과 함께 전업주부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장 여성들이 출산후 회사에 복직해도 60-70만원 정도의 보육비를 지출하고 나면 실질적인 소득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고용 취약 계층인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양육 등의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경제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고용 동향을 보면 10만 30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가운데 8만4천명이 여성 이라고 한다면 이 통계 수치 하나만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여성들을 냉대하고 있고, 또 일자리에서 내몰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전업주부 등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 2월 기준으로 39만8000명으로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10월 35만9000명이던 도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이후 매달 9000여 명 안팎으로 늘면서 최근 4개월 동안 4만여명의 여성들이 돈벌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보육비 등의 부담을 이유로 퇴직하고 집에서 아이 양육에 전념하는 사례가 급증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지난 ‘IMF 여성우선해고’와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또한 경제적 비용만으로 따질 수 없는 마음의 부담은 더 크다. 소중한 자녀와 보내는 시간의 포기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엄마 회사 가지마’ 하며 우는 아이를 떼놓고 악착같이 직장 생활을 해도 남는 게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방안은 진정 멀기만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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