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출범이후 과도한 회의와 불필요한 중복 보고서작성 등의 문제점은 줄곧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원론적 지시만 있었을 뿐 정작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데이비드 엘든(David Eldon) 前 대통령직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은 국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관료들은 문서 만들고 회의하느라 정작 중요한 창조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다" 고 한국 공직사회의 창의성 부족의 문제점을 일갈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관료주의 보고서 집착은 ‘시간낭비’ 그 이상이었던 것이다.
지방정부에서도 ‘페이퍼양산’의 폐단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는 해법 모색을 위한 서류작성이 아닌 면피용으로 보고를 위한 작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최근 도청 공직사회의 내부문제도 이 같은 문제를 여실히 내포하고 있어 도 수뇌부의 발전적인 고민이 절실히 요구된다.
도는 ‘뭐가 문제 인가’를 이미 알고 있다. 지난해 3월 도는 청원을 대상으로 ‘일하는 방식 개선’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도청 공무원들은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는 이유’로 관행(45%)과 업무방식의 불합리성(39%)을 손꼽았다.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최종 결재권자(기관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응답이 무려 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도 수뇌부에 과제가 던져지기도 했다.
특히 도 공무원들은 지난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선과제’ 중 가장 시행이 안 된 과제로 ‘보고서 위주의 업무지양(15%)’, ‘문서생산 줄이기(11%)’, ‘각종 행사 인사말, 커피 등 준비개선(11%)’ 등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정책조정회의가 열릴 때면 도지사 주재→행정·정무부지사→실·국장 회의→과·담당회의 등의 각종 회의로 반나절을 다 보내고 있다. 최근 현장해정이 강조되고 있으나 행사준비와 관련 서류작성 등으로 현장행정이 서류를 더욱 양산하고 있다.
김완주 도지사는 최근 이명박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창의와 열정’을 강조하며 도정운영을 맞추고 있지만 관료주의 폐단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도정의 브레인과 정책총괄 기능을 담당할 정책기획관실은 ‘전국 최강의 호찌깨스 달인집단’으로까지 내부에서 불리고 있는 것이 도정의 현 주소다.
도의회에서도 여러 번 지적된바 있으며 3차례의 김완주 지사 주재의 확대간부회의에서 매번 개선의 필요성이 건의되기도 했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좀처럼 크지 않은 실정이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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