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이하의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전주’
지난 8일 개막한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전주(AALF.Asia-Africa Literature Festival in Jeonju)’가 숱한 아쉬움을 남긴 채 1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이로운 충돌’을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문학인들의 연대와 소통의 장이 첫 장을 열었다는 의미 외에 수준 이하의 행사 운영으로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고스란히 노정됐다.
야심만만하게 기획한 문학 페스티벌은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 개막식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개회사 원고가 분실되면서 조직위원장 백낙청 교수가 임기응변을 했음은 물론 당황한 통역자는 바뀐 연설 내용을 영역하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이집트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는 5분으로 한정된 기조 연설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아예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다. 공동 파트너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었다.
또, 개막식에서는 ‘동서 냉전’ 등의 단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는 촌극이 발생하며 “아이 엠 쏘리, 아이 엠 쏘리”를 연발했다. 영어 자막도 문제였으며, 중국 작가 모옌의 기조 연설에서는 정작 영어 자막이 준비되지 않아 중국어를 모르는 참석자들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고은 시인이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자막을 제시간에 넘기지 않아 연설 내용과 자막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이때 자막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전광판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형상으로 다가왔다.
전반적으로 처음 개최한 행사라 의욕이 앞섰고, 내실보단 규모에 치중해 허술했다는 평가다. 뿐만이 아니다. 10일 오전 10시, 같은 날 오후 6시 알프문학관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와의 대화’는 참석자들이 드물어 아예 취소가 되기도 했다.
도내 일선 학교에서 열린 문학강좌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홍보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다. 개막식 당일 예정된 인터뷰, 좌담은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됐으며, ‘전주선언’의 채택은 공통 기구 결성과 기관지 발행 등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