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에서 발간한 백서(白書)의 상당수가 향후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보다는 홍보자료인 경우가 많아 흑서(黑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 전북도민들은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292명의 생명이 숨을 거뒀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는 피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기에 당시의 사고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제2의 서해훼리호 사건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도 인재에 가깝다.
아직 정확한 침몰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이 탑승객을 뒤로하고 먼저 탈출한 것과 배가 침몰해 가는데 선실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 자체가 인재로 보기 충분하다.
성급한 판단일 수 있지만 ‘제2의 서해훼리호’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292명이 사망이라는 과도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을 충분히 깨닫고 철저한 안전관리와 안전운항을 준수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참사였을 수도 있어 안타깝다.
그런데, 21년 전의 서해훼리호 참사의 전말과 사고 전후의 대응책을 담은 전북도의 ‘서해훼리호 백서(白書)’가 허술하게 관리된 정황이 본보의 취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당시의 백서는 아마추어 수준의 자료이자, 홍보자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과거 행정자료 관리의 문제점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북에서도 제2의 서해훼리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충분한 교훈을 얻었음에도, 전북도의 안일한 대응태세는 질타 받아 충분하다.
백서관리가 잘못된 것은 차후의 문제다.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참사에 대한 대비태세가 엉망이라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서 행정자료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디지털화 등 체계적인 관리방안은 물론 재난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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