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17:48 (월)
문명과 야만
상태바
문명과 야만
  • 전민일보
  • 승인 2013.08.12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적장애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복지시설 근무자의 활극을 보며 떠 오른 한 인물이 있다.
카오사이 갤럭시. 그는 월드복싱 명예의 전당 일원이다. 그곳엔 무하마드 알리, 슈거 레이 레너드, 로베르토 듀란은 물론 장정구와 유명우 같은 전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갤럭시는 현역시절 수많은 한국 선수들에게 좌절을 안긴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은퇴 후 들려온소식이 하나 있다. ‘취객에 봉변당한 전 세계챔피언’이라는 기사였다.
자신을 조롱하며 날린 취객의 주먹에 안면을 강타당한 갤럭시. 이 해프닝은 그가 진정한 챔피언이었음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가 현역시절 수많은 KO를 이끌어낸 왼 주먹을 취객의 얼굴에 날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그는 굴욕을 택했고 심지어 취객을 고소하지도 않았다. 갤럭시의 수모와 복지시설 근무자의 활극이 오버랩 된다.진화론은 적자생존(適者生存)을 얘기한다. 힘이 정당화 되고 약함은 도태를 가져오는 논리가 핵심이다. 여기서,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인지 살아남는 것이 강한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적자생존은 비단 생물학에 한정된 논리가 아니다. 이것은 스펜서(Herbert Spencer)에 의해 사회진화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제국주의 침략논리를 뒷받침한 이이론에 의해 식민지는 정당화 된다.
심지어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식민화를‘백인의 숭고한 의무’라고 까지 얘기하고 있다. 소위문명화된 자신들이 미개한 야만인들을 지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식민대상에게도 축복이라는 논리다. 이 속에서 멸종은 자연의 섭리가 된다.
그런 점에서라면 가장 존경스러운 것은 단연 바퀴벌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퀴벌레가 본다면 주인행세를 하는 인간이 가소로울 것이다. 인간이 바퀴벌레만큼 오랜 기간 지구에 생존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인간세상을 상상해보자. 그 속에서 과연 무엇이 인간을 바퀴벌레와 다른 반열에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감히 얘기한다면 적자생존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희생과 배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계라면 도태되고 생존할 수 없는 존재를 보살피고 함께하는 숭고함이 인간을 바퀴벌레와 구분 짓는 것이다.
선진국의 지표는 그 사회에서 제일 존중받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의해 결정 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제일 먼저 장애인과 어린이, 여성, 그리고 동물이 배려 대상이 된다.
성인 남성은 동물 다음이다. 벨기에가 헌법에‘도살조항’을 규정해 놓은 것도 인간에 의해 식용되는 동물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긴 내용이다. TV를 통해 본 야만적인 모습은 인간이 바퀴벌레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함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행을 보면서 가슴 깊이 일어나는 분노는 곧바로 좌절과 허탈을 수반한다. 우리 사회가 이것밖에 안되나.
폭행당한 지적장애인은 그것이 야만이라는 것도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폭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과 체념. 올 봄 토토가 하늘나라로 갔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토토가 나와 보지 못했던 것은 인부가 휘두른 쇠붙이에 다리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할 때 하고 죽기 전 너무도 쇠잔해진 그 때 두 번 뿐이었다.
그 두 번도 내가 다가서자 힘든 몸을 이끌며 다가왔던 토토. 장애인 문제를 다루면서 갑자기 웬 개 얘기를 하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사회적 약자와 인간의 품위에 관한 공통의 문제라고. 국격을 얘기한다. 생각해보자.

진정한 국격은 어디에서 오는지. 적자생존 논리와 인간만이 존재하는 속에서 가능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가장 약한 대상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라야 진정 국격을 얘기할 수 있다.

갤럭시와 폭행남에게서 문명과 야만을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