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인이지만 안중근 의사는 일본 제국주의에 경종을 울린 인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28일 전주 근영중에 특별한 선생님이 찾아왔다. 멀리 일본 요코하마에서 온 스즈키 히토시 교사가 그 주인공.
스즈키 교사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생각을 말하자 학생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독도와 위안부, 역사왜곡 문제 등 한일의 긴장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일본인이 안중근 의사가 고맙다고 하니 머리를 갸웃거리는 학생들도 몇몇 보였다.
스즈키 교사가 근영중을 찾은 것은 이번이 벌써 9번째다. 근영중에 근무하고 있는 조은경 교사와 함께 매년 근영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일역사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 스즈키 교사는 일본 요코하마시중학교에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이뤄진 수업은 한일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수업이여서 더욱 특별했다.
스즈키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조 교사가 이를 통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일 우호관계에 기여한 일본인들을 소개하고, 안중근 의사에 대한 수업이 이뤄졌다.
일본인 최초로 한국정부가 건국훈장을 수여한 후세다츠지, 조선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아사카와다쿠미, 조선인 학살을 막고 도움을 준 오오가와 쓰네기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고 스즈키 교사는 “여행 중에 가이드의 소개로 안중근의사기념관을 찾았었는데 그 이후 매년 한 차례씩 기념관을 찾고 있다”며 “안중근은 옳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학생들에게도 정당한 일이었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일본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업 마지막에는 사전에 학생들이 적어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의 시간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한일관계의 가장 큰 이슈인 독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스즈키 교사는 “일본에서는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고 있지만 한국의 학생들처럼 폭넓은 이해는 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일본 내에서 독도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생들이 영토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부럽다”고 밝혔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양서현(15) 학생은 “일본에 대해 많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수업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일본인들 중에서도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독도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하니 실망스럽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승은(15) 학생은 “일본인 선생님이 직접 수업을 진행해 재밌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수업을 진행한 조은경 교사는 “한일역사 공동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수는 매년 350명 정도다”며 “9년째인 현재는 약 3000여명으로 이 학생들이 민간외교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수업이 한일의 우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