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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값이나 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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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값이나 건지려나
  • 최승우
  • 승인 2006.10.25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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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 수확의 기쁨 사라진 농가
-쌀값 떨어지고 공공비축 수매물량 제한
-시장 개방 압력 FTA 협상도 불안하기만
-"갈수록 빚만 늘어 생계걱정에 잠못이뤄"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완주군 이서면의 들녘.
드넓은 들판에서는 농민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1년 동안 애지중지 길러온 벼를 수확하고 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은 커녕 그늘만이 가득하다.

쌀값하락과 쌀수요 감소로 인해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입지가 갈수록 작아지는데다 FTA협상 등 농산물시장 개방화가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이서면에서 50년 한 평생동안 벼농사를 지어온 농민 이부근(72)씨도 벼농사의 참상에 한숨이 깊다.
1만5000여평의 논에서 매년 80kg의 쌀 260여가마를 생산하고 있는 이씨는 올해 수확할 쌀을 어디에 쌀을 팔아야 할지 걱정이다.

정부의 공공비축제를 통해 70여가마를 처리할 수 있지만 나머지 벼는 헐값에 넘겨야 할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시중 쌀값이 20%가량 떨어지면서 농약값을 건지기도 힘든 실정이다.
"수확해봐야 내다 팔 곳이 없으니 추수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걱정이야, 그나마 농약값이라도 건지려면 추수를 해야하는데 콤바인을 부르려면 그 돈도 만만치 않거든."

이씨의 논 1만5000평을 모두 수확하는데 드는 비용은 300만원.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추수대행료를 현금대신 쌀로 지불했지만 최근 쌀 판로가 크게줄어들면서 평당 200원의 대행료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올해는 면세유 공급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추수대행비용도 평당 220원으로 올랐다.
"시골에서 300만원이면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 쌀로 가져갔으면 좋겠는데 이제 돈을 달라고 하니 우리로써는 힘들 수밖에 없지."
이씨는 한숨을 내지으며 "사람을 사서 추수를 하려고 해도 농번기철 일당이 3~4만원에 달해 엄두도 못낸다"며 "추수해도 못파는 벼는 그냥 썩혀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이래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야, 올해 농사짓는다고 들인 돈만 천만원이 넘는데 갈수록 빚만 늘어."
이씨가 올해 농사를 짓는데 소요된 비용은 1100만원.

모내기철에 동원한 이앙기 비용(200만원)과 비료값(130만원), 농약값(150)만 합해도 500여만원에 달한다.
또 봄`가을 농번기철 두 달동안 인부들에게 지불한 일당도 600만원을 훌쩍 넘는데다 올해 추수대행료까지 합하면 이씨의 올해 농사비용은 1500여만원이다.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힘든 일 하려면 사람을 써야 하는데 하루일당 넉넉하게 안 쳐주면 누가와서 일도 안하려고 그래."

결국 농촌지역의 고령화와 농민에 대한 국가의 현실적인 지원책 부족으로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벼농사에 대해 이씨는 "이제 늙어서 농사를 못짓는다고 하지만 젊은 농민들의 생계가 걱정"이라며 "언젠가는 결국 이 나라의 뜻대로 쌀은 외국에서 수입한 것을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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