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 ‘청년취업 2000’ 사업이 출발부터 진퇴양난에 놓였다. 도내 미취업 청년층에게 다니고 싶은 괜찮은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참여기업들이 소규모 영세업체이고 연봉도 낮은데다, 기피직종인 생산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채용인원 1인당 최고 960만원까지 지원받은 업체들이 1년이 지난 뒤 정규직 전환 내지는 채용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 해도 제재수단이 없어 악용될 소지가 높은 것으로 우려됐다. 자칫 기업들의 인건비만 지원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괜찮은 일자리 ‘생산직?’
전북도는 민선5기 출범과 동시에 최우선 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민생일자리본부와 전 실?국에 일자리 부서까지 전진 배치했다. 오는 2013년까지 매년 500명의 취업자에게 괜찮은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청년취업 20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내 거주 만 15~39세의 미취업자를 채용하는 도내 기업들에게 수습 6개월과 정규직 전환 후 6개월 등 1년간 1인당 최고 960만원까지 지원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 채용과 더불어 인건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도는 올해 이 사업에 4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청년취업 2000사업을 신청한 도내 기업은 288(신청인원 1710명)개에 달해 외형상 기업들의 호응이 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업의 성공적 추진이 의심된다. 참여기업 중 50인 이상기업은 81개에 불과하다. 기업규모 별로는 100인 이상 42개, 50인 이상 39개, 10인 이상 110개, 3인 이상 97개 등 순이다. 문제는 이들 기업들이 원하는 채용분야다. 젊은 청년층들이 생산직종 기피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생산직이 전체 신청인원의 51%인 870명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직(156명)과 기능직(271명) 등을 포함할 경우 76%가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른바 기피직종인 셈이다.
◆ ‘청년취업 2000만원 이하?’
전북도는 도내 기업들의 열악한 분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생산직종이 반드시 나쁜 일자리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기업들의 보수수준을 살펴보면 도의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여기업들 중 연봉 2500만 원 이상의 일자리는 54개에 불과하고 1600만 원 이상 843개, 2000만 원 이상 273개, 2200만 원 이상 139개에 그쳤다. 1600만 원 이하도 401개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기준, 전북지역 평균 연간급여 2219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가 89%인 1517개에 이르는 것이어서 도가 내세운 괜찮은 일자리 제공사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도가 올해 신규시책으로 추진 중인 청년취업 2000은 고용노동부의 청년인턴사업과 지원방식과 형태가 유사해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복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도가 내세운 차별화는 ‘괜찮은 일자리’ 이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현 주소에서 괜찮은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면서 “연봉 등의 문제는 예상했던 것으로 중견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제도가 안정화되면 초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