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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이라는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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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이라는 의제
  • 전민일보
  • 승인 2010.11.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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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의 모든 초중고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이후 이러저런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시교육청은 11월 1일부터 체벌금지를 전면 실시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세월 관행처럼 되어 왔던 학생 체벌이 금지되었으니, 당장에 부작용도 나고 논란이 일 수 밖에 없겠다.
이보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10월 5일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전라북도교육청도 내년부터는 체벌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학생인권조례나 전면적인 체벌금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일부 보수신문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각시키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가뜩이나 마땅치 않은 진보 교육감의 정책에 대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판하는 모습이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현장에 큰 획을 긋는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인권이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된다는 것, 이것만 해도 우리 교육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랄 수 있다.
사실 우리 사회가 학생인권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나 입시 문제에 대해 온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오기는 했으되, 학생인권이라는 고상한 주제가 사람들 입줄에 오르내린 적은 거의 없다.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학교는 최근 이십년 사이 우리 사회가 이룩한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체벌금지 조치 이후로 학생인권을 다루는 몇몇 언론의 보도 태도는, 가히 실망스럽다. 일부의 주장을 들어 이것이 마치 사회 전체의 여론인 양 포장하는 것은 예사다. 이뿐이랴. 진보 교육감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인지, 체벌 금지에 대한 논란 하나로 진보 교육감들의 교육정책들을 뭉뚱그려 재단하려는 기도마저 드문드문 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학생인권에 대해서만큼은 인식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진보교육감들의 성향이나 다른 교육정책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학생인권을 신장시키는 일은 당연히 필요한 노릇이다. 사회적으로 인권 보장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수준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럴수록 인권의 문제는 자연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인권이 점차적으로 향상되는 만큼 더욱 빈번하게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지 않는가. 학생인권도 그렇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대만큼 학생의 인권이 짓밟히는 것이 아닌 시대라고 해서, 학생들의 인권보장 요구를 외면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은 나름대로 높아져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금지 문제란 것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튀어 나온 정책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어온 문제이다. 교육현장에서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묵인돼 오던 학생체벌이 이번 기회에 금지된 것일 뿐이다. 물론 이 기회는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탄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고, ‘학생인권’이라는 것이 바로 이들 진보 교육감의 정책적 모토에 맞아 떨어졌다.
일부 학교에 구시대적 관행이 남아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체벌에 의존하지 않고도 교육적 성과를 얻어내고 있는 교사들은 이미 학교 현장에 숱하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 문제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변화에 채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들이다.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에 줄곧 체벌에 의존해 온 교사들로서야 그 방법을 갑자기 바꿔야 하니,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학생인권 조례란 것이 그동안 학교 현장에 남아 있던 후진적 문화를 마저 없애려는 노력일진저, 아직껏 그 후진적 문화에 익숙해 있던 교사들이라면 학생인권이라는 의제를 흔연히 받아들여 구태의연했던 자신의 학생 지도방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데에 능동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학생인권을 신장하는 것이 교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이 뒤따르는 만큼, 과거의 안일한 태도일랑 서둘러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몇몇 신문의 보도태도는, 학교 현장에 어느 날 갑자기 혁명이라도 일어난 양 호들갑을 떤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만연했던 폭력이 수십 년 지난 아직까지도 학교현장에 여전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이라는 의제가 왜 등장하고 있는지 그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려 드는 게 아니라,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채 이 문제를 재단하려 드는 모습이다.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金壽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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