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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미술관, '유연한공간:연대의 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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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미술관, '유연한공간:연대의 힘' 전시
  • 소장환 기자
  • 승인 2024.05.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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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BYC 공장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교동미술관 공간의 역사와 의미

올해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전주 교동미술관에서는 '유연한 공간 : 연대의 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과거 산업시설에서 미술관으로 문화재생된 교동미술관 공간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고, 과거 500여명의 여공들의 노동에서 현재 여성 예술가들의 노동에 이르기까지 여성 노동의 위상학적 계보를 탐구하는 '전시 사전연구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자료집 출간과 이를 바탕으로 한 1·2부 전시로 진행된다. 

섬유 방직공장 여공들의 모습
섬유 방직공장 여공들의 모습

1부 전시 '유연한 공간 : 연대의 힘'은 교동미술관이 또 다른 뮤지엄 공간인 '뜻밖의 미술관'과 연계해 선보인다. 7일부터 20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이어 2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과 뜻밖의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과거 BYC의 전신인 백양메리야스 공장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교동미술관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고 연결하는 ‘재봉틀’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반세기의 시공간을 매개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의 주역임에도 가려져 있던 여공들을 비롯해 여성 노동자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2부 전시 '공동의 옷'은 6월 11일부터 7월 7일까지 약 4주간의 시민참여형 전시로 이뤄진다. 또한 전시연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문학 강연도 마련된다. 제1강으로는 철학자 허경의 '비정상이란 무엇인가? : 푸코와 섹슈얼리티 입문'을 14일 오후 2시 교동미술관 1전시실에서, 제2강 싱어송라이터 신승은의 '싱어송라이터의 작사법 : 혼잣말 크게 말하기'는 28일 오후 2시 교동미술관 2전시실에서 들을 수 있다. 인문학 강연은 교동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고보연, 고요한 숨결, 티백, 가변설치, 1999~2000년
고보연, 고요한 숨결, 티백, 가변설치, 1999~2000년

전시에 참여하는 고보연 작가는 주로 설치 작품의 형태로 여성의 삶, 치유와 회복, 버려진 것의 재생 등을 주제로 다양한 설치 작업을 지속해오며, 작품의 메시지와 작가의 태도가 일치하는 예술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버려진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지난한 노동집약적 작업방식을 고수해 모든 작품을 수작업으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방식은 때때로 전자본주의적인 것처럼 보이며, 먼 과거에서부터 20세기까지 여성의 노동이 ‘소일거리’나 사적인 영역에 갇힌 노동으로 인식되어 온 역사를 방증한다.

특히 고보연은 ‘여성적’으로 구분 지어져 온 노동을 예술적 실천과 연결 지음으로써, 사적인 영역에 머무른 채 배제되고 평가 절하된 여성의 노동을 공적인 영역, 특히 예술적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확장한다.

김영란, 삶의 트로피, 한지, 캐스팅기법, 2023
김영란, 삶의 트로피, 한지, 캐스팅기법, 2023

김영란 작가의 '삶의 트로피'(2024) 시리즈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삶을 소환하여 그들이 지나간 시공간의 흔적인 물건을 채집한 결과물이다. 대부분 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이나, 고이 간직한 물건, 애정을 들여 수집한 물건들이다. 이 물건들은 체온을 나누던 ‘떠난 이’의 표상일 것이며, 김영란은 그것을 저릿한 감각과 연결한다.

김영란, 풀꽃엄마, 가변설치, 모시 삼베, 자수 2023
김영란, 풀꽃엄마, 가변설치, 모시 삼베, 자수 2023

'삶의 트로피'(2024) 시리즈가 개인적 서사에서 비롯된 의식이라면, '풀꽃 엄마'(2023)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서 여성들과 그들의 지워진 이름을 ‘호명’하고 있다. 어쩌면 평생 자신의 이름 대신 어떤 역할로 불리는 경험을 사명 또는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서글픈 마음으로 살았을 여성들의 넋을 위로한다.

조한나, '퀸의 뜨개질', 단채널 HD 비디오 · 5.1 입체음향 사운드 · 36분 2023 부분
조한나, '퀸의 뜨개질', 단채널 HD 비디오 · 5.1 입체음향 사운드 · 36분 2023 부분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조한나 작가는 다큐멘터리 '퀸의 뜨개질'(2023)로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단편경쟁 부문 ‘대상’을 받은 감독이다. 36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15년 전 할머니 ‘춘자’로부터 전수받은 뜨개질을 소재 삼아, ‘만다라 매드니스’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영화 제작 기간 2년 중 6개월을 꼬박 만다라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교동미술관 김완순 관장은 "이 전시를 통해 역사적으로,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주변화된 타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여성들을 주목하고 다채로운 그들의 서사를 연결하고자 한다"면서 "동시대 여성 예술가 3인의 젠더, 세대, 계층을 초월한 시선과 연대를 향한 고민을 공유하며, 나아가 예술의 범주를 확장해 ‘미술-영화-공연’의 다채로운 예술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한편 교동미술관은 4년 연속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박물관·미술관 주간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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