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지역축제가 귀해진 가운데, 올해도 춘향제는 94번째 색다름으로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12년째 춘향선발대회 참가자들의 고운 의상을 전담하며 한국의 미, 전북의 미를 세상에 알리고 있는 전주 여밈선(대표 설미화)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꽃잎같은 한복들로 참가자들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94회 춘향제와 글로벌춘향대회를 수놓은 여밈선의 아름다움에 함께 빠져보자. /편집자주
춘향제는 국내 예술관련 축제 중 가장 긴 전통과 정체성을 가진 전북의 자랑거리다.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남원시 일대에서 흥겹게 치러진 '2024 제94회 춘향제'는 올해 70여개의 프로그램으로 남원을 찾는 관광객들을 두팔 벌려 안았다.
특히 춘향제의 상징인 춘향선발대회와 더불어 전북의 미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 행사인 한복 패션쇼는 올해도 한복전문업체인 여밈선의 전두지휘로 꽃가루를 뿌린듯 화려하고 개성 넘치는 한복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었다.
94회 춘향제 기간이던 지난 14일, 남원시가 주최한 한복 패션쇼는 남원 광한루원 특설무대에서 펼쳐졌다.
설미화 대표는 패션쇼 1부를 도맡아 궁중한복 10벌과 드레스 한복 10벌, 그리고 퓨전한복 5벌까지 총 25벌의 한복을 춘향제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뽐냈다.
한복은 전통문화 가운데서도 가장 전통적이라는 한계에 갖혀있던 소재 중 하나다. 여밈선은 그 한계에 굴하지 않고 현대에 맞는 감각을 전통과 적절한 비율로 버무려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낯선 감각을 소매에, 치마에 담아냈다.
설 대표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한복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한복을 통해 한복이 가진 무한한 다양성을 모두와 함께 즐기고 누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번 패션쇼를 진행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춘향제의 주제도 '춘향, 컬러애(Color愛) 반하다'인 만큼 한복에 쓰이는 단골 색깔부터 과감한 색깔까지 25벌의 한복에 촘촘히 담아냈다.
한복 패션쇼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건 같은 시기에 진행된 '춘향 무도회'의 역할도 컸다. 남원시가 기증받은 한복 2000벌을 시민들에게 내놓으며 함께 한복을 입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면서 여밈선이 패션쇼를 위해 준비한 한복들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이튿날인 15일, 춘향제의 매인 행사인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서도 여밈선만의 한복을 만날 수 있었다.
1956년 처음 시작됐던 춘향 선발대회는 올해 처음으로 캐나다와 베트남, 일본 등 외국 참가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발해 '글로벌 춘향제'로 거듭났다.
12년째 춘향 선발대회의 참가자들의 의상을 맡아온 여밈선은 올해 다양한 춘향 후보가 참가한 만큼, 이들이 가진 매력을 여러가지 색을 이용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는 입장이다.
해외동포 5명이 처음 참가해 진행된 이번 춘향 선발대회의 2부에선 후보자들의 장기자랑 시간이 펼쳐졌다.
3대째 여밈선의 가치와 미래를 이어갈 오윤주 디자이너가 바로 2부 행사인 후보자들의 장기자랑 의상 제작을 총괄했다.
오 디자이너는 지난해엔 강렬한 느낌을 간직한 블랙핑크 지수의 '꽃' 노래에 맞춰 화려하고 쨍한 색깔을 적극 활용해 의상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가수 정동원(JD1)의 노래 '뱃놀이'의 푸르른 느낌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오 디자이너는 "노래를 들으면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뱃놀이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길래 그 파도의 너울을 의상에 담아내는데 주력했다"면서 "특히 푸른 계열의 원단을 쓰며 색감의 통일성을 나타내면서도, 원단소재를 달리해 후보들 마다의 매력을 다르게 포지셔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다사다난했던 역경을 딛고 올해 완전히 새로워진 춘향제와 함께한 여밈선. 지난 12년간의 춘향제의 색깔을 간직하면서도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한복을 내년에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두의 기대감이 부풀어오르고 있다.
홍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