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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면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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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추면서 살아가기
  • 전민일보
  • 승인 2010.11.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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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생활 속에는 맞춰야 하는 것이 많다. 사진을 찍으려면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음악을 하려면 박자를 맞춰야 한다. 립싱크 가수는 입모양을 맞춰야 하고, 남녀가 데이트를 하려면 눈을 맞추고, 분위기를 잘 맞춰야 한다.
 나는 중국에 가면 음식에 입맛을 맞추기가 힘들어 고생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음식이 맵고 짜서 힘들어 하는 외국인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려면 그 상황에 맞추는 방법을 배워야 편하게 살 수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부모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식성도, 성격도, 가치관도 다르다. 채소만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 아버지처럼 생선토막이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도 있고, 소 같은 사람도 있고,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는 입에다 자물쇠를 달고 다니지만 술만 들어가면 목청이 커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고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 맞추지 못하면 어울릴 수 없고, 화합하기 어렵기 때문에 같이 생활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 진다.
 나는 두 달에 한번 씩 퇴직선배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다. 그곳에서 선배들끼리 주고받는 인사말이 있다. “요즘 세끼 밥은 얻어먹고 사는가?” “맞추면서 산다네.” “맞춰야지.” 정년퇴직을 하고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는 선배들은 꼬박꼬박 세끼 밥을 얻어먹는(?)것도 다행이라고 한다. 어떤 때는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비위를 맞추느라 청소도 해주지만 어떤 때는 혼자 밥을 차려 먹어야할 때도 있다고 한다. 남은 생이 많으니 맞추면서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나도 아내와 맞지 않는 것이 많다. 나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지만, 아내는 장어나 추어탕, 붕장어 같은 뱀과에 속하는 음식은 먹지를 않는다. 보신탕은 물론이고 토끼나 오리고기도 못 먹고, 선지해장국과 순대국밥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외식을 하려면 불편할 때가 많다. 물론 아내도 나에게 불만이 많다. 나는 대충대충 살아가는 편이지만, 아내는 따지고 넘어가는 성격에다 꼼꼼하여 매사를 원숭이가 자기새끼 머리에서 이를 잡아먹듯 한다. 또한 아내는 깨끗하고 잘 정돈된 것을 좋아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나는 매일매일 청소하고, 목욕하고, 내복 갈아입는 것조차도 귀찮아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맞추면서 살아온 세월이 37년이다.
 맞춰야 하는 것은 집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직장이나 사회에 나가면 또 다른 사람들과 맞추며 살아야 한다. 자기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 다툼이 생기고 갈등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운동경기에서는 팀워크가 중요하고 선수들의 조화와 호흡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서 포지션에 맞는 선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한다. 운동경기도 그렇지만 합창이나 중창을 할 때는 단원들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 소프라노와 알토, 테너와 베이스가 각자의 음색을 잘 맞춰야 아름다운 소리가 만들어 진다. 자신의 목소리가 크고 좋다고 혼자만 큰 소리를 낸다면 화음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독창을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모임이건 한 사람쯤은 하찮은 일까지도 시시비비 따지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결코 물위에 뜬 기름처럼, 늘 남의 빈축을 사게 된다. 인생을 편하고 조화롭게 살려면 맞추면서 살아야할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는 앞뒤좌우를 살피면서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필요할 성싶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다보면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잠시 뒤로 물리고 서로를 위해 맞추고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할 때, 가정도 직장도 우리 사회도 한층 더 밝고 아름다운 삶터가 되지 않겠는가.  
                                  
백봉기 / 전북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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