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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아름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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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이 아름다워야
  • 전민일보
  • 승인 2010.08.2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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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관계도 있고, 학교나 직장, 사회생활을 하면서 맺게 되는 관계도 있다. 그런 관계에 있는 구성원은 마땅히 지켜야할 품위와 양식(良識)이 있다. 그것이 바로 명예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소속된 단체의 명예에 흠을 낼까봐 조심스럽게 처신하고 절제된 생활을 한다. 사관생도들이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의 영달을 버리고 명예롭게 살고 명예롭게 죽은 다는 것이 그들의 생활신조다. 얼마 전에 교육 비리에 연루된 교장이 목메어 자살한 것도 결국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려는 명예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현직 교육감은 처음 약속했던 대로 더 이상 출마하지 않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결정이었기에 그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람은 올라갈 때도 중요하지만 내려갈 때를 알아야 한다. 그것 또한 명예를 지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얼마 전에 사무실 직원의 배려로 가족들과 함께 무주에 있는 한 콘도에서 1박 2일을 보낼 수 있었다. 원래는 2박3일로 배정된 방이었는데 동료직원이 갑작스런 일이 생겨, 우리가족과 다른 가족이 1박씩을 나눠 쓰게 됐다. 우리가족이 먼저 1박을 하고, 다음날 귀가하는데 갑자기 아내가 콘도로 되돌아가자고 했다. 무엇을 놓고 온줄 알았는데, 화장실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고 왔다는 것이었다. 콘도까지 되돌아가려면 10여분은 더 되돌아가야 하는데 조금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콘도직원에게 비워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다음에 입실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고서야 마음 편하게 귀가할 수 있었다.
 지난 봄, 새만금깃발축제가 열리는 현장을 답사하려고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신시도에 갔다. 휴일이라서 타도에서 온 관광차들이 많았다. 아직도 공사 중이어서 신시도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은 통제를 받고 있었다. 특히 신시도에서 배수관문을 거쳐 부안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사전에 허락을 받은 차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들은 행사장까지만 갔다 오기로 하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차 앞에는 7~8명이 탄 ××종교단체의 이름이 붙은 승합차가 있었다. 그들은 신시도 관문을 지나 부안 쪽으로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통제소에서는 허가된 차량이 아니라며 되돌아가라고 차를 옆쪽으로 유도했다. 그러자 승합차는 길가 쪽으로 빼는가 싶더니 그냥 부안 쪽으로 도망치는 것이었다. 통제소 직원이 호각을 불면서 따라갔지만 차는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화가 난 통제소 직원은 우리에게 들으라는 듯이 “종교 믿는다는 사람들이 저러니 누가 믿겠습니까?”라며 화를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같은 일행도 아닌데 그 말을 듣는 내가 창피했다. 나와 같이 간 사람은 한 술 더 떠서, 그 종교단체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욕을 했다. 돌아오는 내내 뺑소니치던 승합차의 뒷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언짢았고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사람이 동물보다 나은 것은 이성과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도리와 법도를 안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애완견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줄 안다. 주인 몰래 말썽을 부리고 나면 주인한테 야단을 맞을까봐 꼬리를 내리고 몸을 낮추면서 주인의 눈치를 살핀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명예와 양심을 소중히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다. 승합차를 탄 그들에게 “얻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고자 하는 자는 얻을 것이라”는 성서의 말씀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는 해가 뜨는 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넘어가는 석양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대에 번지르르한 앞모습보다 그 뒷모습의 여운이 아름다운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백봉기 전북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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