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175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전북 10개 선거구에서 평균 약 81%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10석을 모두 석권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투표에서는 37.63%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비례표를 얻은 정당은 조국혁신당으로 45.5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기간 조국혁신당이 주장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전남에서 43.97%, 광주광역시에서 47.72%를 득표하는 등 호남권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누르고 최다 득표 정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약진에 대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을 뿐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전북 10개 의석 중 7개를 차지했던 것과 같은 충격적인 결과로 보기도 한다.
전주시 병 선거구에 거주하는 임 모 씨는 “주변에 조국혁신당에 투표했다는 사람이 많다”라면서 “조 대표에 대한 기대가 커 지역구에 조국혁신당 후보가 출마했다면 당선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군산시에 거주하는 남 모 씨는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던졌다면서도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라며 “총선 이후에 제1야당인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표했다”라고 밝혔다.
비례 투표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의 공천 갈등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한 전북지역 당선인 캠프 관계자는 “초기 시민사회 측 몫으로 배정된 일부 후보를 놓고 잡음이 일면서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유권자들이 있었다”라면서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여당 참패의 원인이 된 정권 심판 바람도 비례투표에서는 민주당에 악재였다. 국정을 운영해야 할 제1 야당으로서 조국혁신당처럼 선명한 메시지를 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부겸 전 총리는 선거 기간 인터뷰에서 “정부 실정에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어 야권 지지자들이 많다”라며 “민주당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권의 희생양’으로서 조 대표에 대한 동정론 역시 상대적으로 인기투표의 성격이 강한 비례대표 선거에서 적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전북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2010년대 이후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 민심은 민주당보다 나은 대안 정당에 대한 목마름을 보여준다”라면서 “이런 민심을 잘 읽지 않으면 언제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지난 14일 “조국 대표를 비롯한 당선자 12명이 오는 22일과 23일 전주와 광주 등을 찾는다”라며 “호남에서의 지지와 응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이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