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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학살과 그린벨트 해제 그리고 생물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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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학살과 그린벨트 해제 그리고 생물다양성
  • 전민일보
  • 승인 2024.04.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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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전주천과 삼천 주변 버드나무를 도둑같이 베어버렸다. 지난 2월 29일 새벽, 전주천 남천교와 삼천 삼천교 일대 아름드리 버드나무 76그루를 벌목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수령 20년 안팎의 버드나무 260여 그루와 작은 나무까지 1000그루 넘게 벌목한 것은 물론 무분별한 준설에 대해 전주시민들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항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전주시가 또다시 버드나무를 벌목했다. 이 소식은 곧바로 SNS에 퍼져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전주시민들은 물론 한옥마을 찾았던 관광객 등에게 알려져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환경단체는 전북특별자치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전주시의회 역시 관련 절차와 벌목의 타당성 등을 따져 묻는 시정질문을 이어가며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겨레 21일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버드나무대량 학살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전주시는 홍수 등 재해예방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개발과 보호라는 과거 시대의 난제는 이제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이라는 전 지구적 시대흐름에 따라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는데, 재해예방과 생태계 보호라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의 말에 맞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전주시의 행정이 아무리 재해예방을 위해 취한 조치였다 할지라도 전주시민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 전주천과 삼천은 지난 수십 년간 시민사회가 동참해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지켜가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채택됐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당사국으로서 총회에 참가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2030년까지 훼손된 육지·해안·해양 생태계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및 기타 효과적인 보전수단(OECM: 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 자연 공존지역이라고도 함)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해 각국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등 구체적 실천 목표에 합의한 것이다. 또한, 올해 10월에 열릴 제16차 총회까지 국가별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해 제출토록 했다.

이러한 국제 협약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해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의결했다.

정부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23개 실천 목표를 국내 상황에 맞게 구성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 마련은 적절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 우리나라 육상 보호지역은 국토의 17.5%에 그쳐 30%를 맞추려면 대폭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호지역과 OECM 확보를 위해서는 계획 보다 실천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민생토론회라는 명목으로 울산을 찾아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 정책을 내놓았다. 비유하자면 ‘제5차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이라는 문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뒤집는 정책을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공언한 것이다. 무엇보다 환경적 보전 가치가 높아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는 환경평가 1, 2등급의 그린벨트 해제도 전면 허용하기로 한 상태라서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

특히, OECM(자연 공존지역)은 국립공원과 같이 법령상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생물다양성보전에 장기간 이바지하면서 관리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는 점에서 사찰림, 개발제한구역 등을 OECM으로 지정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등급 1, 2등급 그린벨트까지 해제하겠다고 하니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진형석 전북자치도의회 의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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