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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극단, 봄 정기공연 '어둠상자'…'황제의 사진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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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극단, 봄 정기공연 '어둠상자'…'황제의 사진을 없애라'
  • 소장환 기자
  • 승인 2024.04.03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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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극단이 봄 정기공연 '어둠상자'를 11일부터 13일까지 덕진예술회관 무대에 올린다.

국내 대표 희곡작가이자 '은유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강백의 작품 '어둠상자'는 구한말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굴욕적인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없애라'는 밀명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건너온 한 장의 사진. 한국 근대 서화가이자 사진가인 해강(海岡) 김규진(1868∼1933)이 1905년 경운궁(덕수궁)에서 촬영한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진은 미국의 철도·선박 재벌 에드워드 해리먼(1848∼1909)이 1905년 10월 초 대한제국을 방문했다가 고종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다. 사진은 미국 뉴어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가 한국 관련 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2015년 발견됐다. 현재는 사진 속 역사의 현장인 덕수궁(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으로 돌아와 공개되고 있다. 

이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전주시립극단의 127회 정기공연 '어둠 상자'는 고종의 마지막 어진(御眞, 왕의 초상화)을 찍은 황실 사진가 집안이 4대에 걸쳐 그 사진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102년간의 이야기다. 

전주시립극단의 '어둠상장' 연습장면
전주시립극단의 '어둠상장' 연습장면

이강백 작가는 뉴와크미술관에서 발견된 옛 사진 한 장에서 역사를 읽어낸다. ‘고종의 사진에 적힌 사진사 이름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에서도 우화와 풍자를 뒤섞어 시대와 사회를 해석해내는 특유의 작품 스타일로 ‘알레고리의 작가’ 라는 평을 듣는 이강백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고종의 사진을 식민지를 거치며 모멸당하고 주체를 잃은 민족 경험의 상징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 사진을 없애는 행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도입부인 '대한제국말기'와 결말 부의 '오늘 현재'까지 하나의 줄기가 온전하고 생생하게 자긍심을 되찾는 여정으로 실감 나게 이어진다.

전주시립극단의 '어둠상장' 연습장면
전주시립극단의 '어둠상장' 연습장면

이수인 연출(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은 '어둠상자'의 무대를 ‘천변만화’라고 설명한다. 여백이 많은 무대로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어 작품의 맥락과 전환을 연결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또한 희곡이‘우리 근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어둠상자를 벗어나 빛이 보이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고 소감을 전한다.

창작하는 작품마다 꾸준히 재공연되며 시간을 뛰어넘어 재해석의 여지를 만들어내는 '어둠상자'를 통해 녹슬지 않은 작가의 재기와 상상력이 이수인 연출의 연극철학을 바탕으로 한 무대미학과 만나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고종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가 평가하는 고종황제. 우리의 아픈 과거를 사진이 함축하고 있다.

미국 26대 대통령 루스벨트의 딸 앨리스가 1905년 9월 대한제국을 방문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씌여졌다. 당시는 러일전쟁의 패전국 러시아와 승전국 일본이 미국 뉴햄프셔에서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한 직후였고, 대한제국은 일본의 식민지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대한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의 딸을 국빈으로 맞이한 고종황제는 일본의 위협으로부터 대한제국을 지켜줄 구세주로 생각해 극진하게 환대했다.

명성황후의 홍릉에서 코끼리상에 올라탄 기념사진을 찍은 앨리스 (코넬대 도서관)
명성황후의 홍릉에서 코끼리상에 올라탄 기념사진을 찍은 앨리스 (코넬대 도서관)

하지만 앨리스는 일본 세력에게 처참하게 시해당한 명성황후가 묻힌 '홍릉'에서 코끼리상 위에 올라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934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황제와 그의 아들은 각자 나에게 자신들의 사진을 주었다. 그 두 사람은 애처롭고 세상사에 둔감한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고종황제는 황실 사진사 김규진에게 사진을 파기하라는 마지막 밀명을 내린다. 미국으로 건너가 그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사진을 찾아 없애야 하는 4대의 고난에 찬 분투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은 11일과 12일 오후 7시 30분, 13일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티켓은 인터넷 나루컬쳐(https://www.naruculture.com)에서 예매 가능하며, 카카오톡(ID jsgcool)을 통해서 예매하면 30% 할인된다. 전주시민도 30% 할인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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