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빠른, 힘든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정말 안녕한지 묻고 싶다.
세상이 얼마나 살기 어려운지 많은 미디어는 판타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고, 할리우드식 영웅의 통쾌함에 위로를 받는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마음을 챙기라고 하니 주문을 외우듯이 되뇌이며 애쓰고, 힐링과 치유를 쫓아 다니듯 나를 챙겨야만 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하기까지 하다.
진짜 자기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른채, 이미 충분한 존재인지도 잊은 채 말이다.
우리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것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인 것도 수없이 말하고 들으면서도 신기하게 또 다시 잊어버리고 쫓기며 하루를 살다 지치고 힘들어진다. 요즘의 세상은 그렇게 마음이 아픈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인 것 같다.
좋은 계기가 있어 2016년 개봉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
‘내 사랑’이라는 영화는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맨스 영화로,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 주연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예술을 그린 영화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드는 춤추는 것을 즐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냥 많은 것이 부족한 그녀를 쓸모없는 사람처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그런 그녀는 가정부를 찾는 에버렛을 만나면서 용기를 냈고 스스로 독립을 하게 되면서 외로운 두 사람은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게 된다.
모드는 세상의 시선으로 볼 때 무엇 하나 가진 게 없다. 인물도 돈도 재능도 가족도 사랑도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녀는 영화 내내 증명한다. 그녀가 가진 결핍은 세상의 잣대이지 그녀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당신과 있으면 바랄 게 없어요” 그녀는 평생을 행복했다. “난 사랑받았어요, 에브 ”그녀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속에 있어요”그녀는 삶 내내 충분했다.
모드는 차가운 세상의 시선 속에서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볼 줄 알았고 자기의 지금을 충분히 머물며 존재할 줄 알았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줄 알았고, 그녀는 그렇게 충분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모드의 시선이 머문 것은 동화 같은 그림이 되었고, 그 마음을 느낀 사람들이 따뜻한 그녀의 그림을 찾고 좋아하기 시작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부족하기만해 보이는 그녀도 충분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 줄 아는데, 더 많은 것을 가진 우리는 왜 끊임없이 빈곤한 마음으로 세상 속에서 허덕이는 것일까?
지금 나의 시선에 머무는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전부이고 함께하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무엇에 더 욕심을 내고 무엇에 그렇게 나를 옭매며 스스로를 다그치는지 말이다.
추운 겨울 날, 눈을 감은 그녀를 보내고 혼자 남은 에버렛 루이스는 혼잣말처럼 말한다. ‘당신을 왜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나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왜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을 할까?
그리고 다시 말해주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충분함으로 애쓴 나도 사랑하고 함께하는 존재들과 행복하라고.
박기성 전북테크노파크 연구위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