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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축제, 혹은 아무도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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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축제, 혹은 아무도의 축제
  • 전민일보
  • 승인 2023.09.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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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제(祝祭)의 계절이다. 전라북도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9월에 열리는 축제를 보면, ‘남원동편제 국악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 ‘익산AR보물찾기 진짜축제’, ‘무주반딧불축제’, ‘익산서동축제’, ‘진안홍삼축제’가 열린다. 그뿐이랴. 그곳에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익산미륵사지 미디어아트페스타’, ‘전주국제단편영화제’, ‘무형유산이음축제’, ‘전라북도청년축제’, ‘김제문화재야행’, ‘전주재즈페스티벌’도 빼놓으면 섭섭해 할 거다. 솔직히 말하면, 축제 이름만 열거해도 필자에게 주어진 지면이 부족할 것이 분명하다.

축제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종교적 행위에 있다고 한다. 이때 행해지는 다양한 놀이는 의례(儀禮)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모인 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유희적 행위이기도 하다. 요한 호이징가(J. Huizinga, 1872~1945)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인간을 유희적존재로 정의했는데 홀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며, 단순히 즐기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놀이를 즐기는 주체와 까닭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고대에는 상류층의 ‘특권’이었고, 중세에는 유한계급의 ‘여가’였으며, 근대에는 노동자들의 ‘휴식’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누구나 즐기는 ‘소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다. 현대사회에서 축제가 관광이 되고, 상품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사실 지역축제는 개최목적과 행사의 내용 및 구성, 역사적 시점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문화관광축제 육성방안’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축제를 개최목적에 따라 주민화합축제, 관광축제, 산업축제, 특수목적축제로 구분하였고 내용이나 구성에 따라선 전통문화축제, 예술축제, 종합축제, 기타축제로 구분하였다. 또한 역사적 시점을 바탕으로 전통적 축제와 현대적 축제로 구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축제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축제의 대다수 지향점은 지역발전으로 귀결된다. 더욱 정확히는 경제적 이익을 통한 ‘지역활성화’다. 실제로 지역축제는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0년 중반부터 빠르게 증가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참고해보면, 당시 전국의 지역축제는 2,429개, 정부의 재정이 지원되는 축제는 758개로 예산은 2,549억에 달했다.

하지만 축제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지역발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 축제의 난립으로 인한 경쟁력약화, 축제로 발생하는 성장동력의 영속성(永續性) 여부, 축제의 외생적성장전략이 갖는 한계성, 그리고 축제로 인한 성과가 대다수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공공성의 부재 등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이는 여전히 치러지고 있는 수많은 지역축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상기한 바와 같이 9월에 열리는 축제는 무궁무진하다. 도시재생이든 마을사업이든 어느 한 부분에는 ‘축제’가 꼭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까지 합치면 축제의 숫자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필자 또한 최근 마을 단위의 축제 몇 개와 연(緣)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려온다. 축제의 목적을 지역활성화로만 국한하니, 오로지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주민들 스스로 활성화라는 미명(美名)하에 스스로를 배제하는 축제를 기획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까닭이다.

지역활성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축제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지역활성화는 축제의 ‘효과’인 것이다. 하지만 목적과 효과가 주객전도(主客顚倒)될 때, 축제는 놀이가 아닌 또 하나의 노동이 된다. 물론 마을축제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의 지역축제는 또한 어떠한가. 지역은 과연 스스로 놀이를 즐기는가? 관광객을 위해 노동을 견디는가?

‘모두의 축제, 서로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라고 노래한 싸이의 ‘챔피언’이 문득 생각나는 9월이다.

전승훈 문화통신사협동조합 전략기획실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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