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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과 카투사의 위대한 총알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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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과 카투사의 위대한 총알받이
  • 전민일보
  • 승인 2023.09.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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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가 카투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였다. 막상 미군부대에서 미군들과 근무를 하다 보니 어려움도 생겼다. 갓 입대한 신병에게 할렘가에서 볼 듯한 불량스러운 미군 무리들이 “김치는 X 냄새가 난다”고 놀려댔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는 그들의 대한 공포 때문에 사그라들었다. 비겁하다.

또 한 번은 훈련 중 식당 보조로 차출되었다. 정말 덩치가 남산만한 흑인이 나에게 “너 입대 전에 반미데모를 했었니?”라고 물어보았다. 87년 민주화항쟁에서 “양키 고 홈”을 외쳤던 기억이 떠올랐고, 아무 대답도 안 했다. 기분이 상한 미군은 나에게 해머 모양의 요리도구로 위협을 가하였고, 공포심이 최고조로 올랐다. 눈에 보이는 깡통 등을 그에게 던지며 뒷걸음쳤지만 이내 그의 사정권에 들어섰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었고 그 요리도구를 잡고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영화처럼 슬로우비디오로 그의 머리 정수리가 보였고 해머도 천천히 움직였다.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해머를 잡아 낚아챘고 싸움은 멈췄다. 미군 상사가 큰 소동이 난 소리를 듣고 식당으로 온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하늘이 나를 도왔고 미군도 도왔다.

지난달 26일, 고(故) 최임락 일병의 유해가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거쳐 산화한 카투사 전사자를 맞이했다. 그는 만 19세의 나이로 1950년에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카투사로서 미 7사단에 배치되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고, 10월 장진호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국 육군의 전사자는 142,927명에 달했다. 전체 참가자 813,642명 중 17.6%가 전사했다. 반면에, 미군의 전사자는 36,492명으로 전체 파병자 1,600,000명 중 2.28%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카투사는 어떠한가? 미군과 같이 생활하며 생사를 함께 한 카투사는 총 43,660명 중 11,36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카투사 전사자 비율은 무려 26.03%로, 그 희생이 가장 컸다.

카투사의 희생이 한국 육군에 비해 월등하고, 미군에 비해 10배 이상이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카투사는 솔선수범하여 최전선에서 북한군과 싸웠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유엔군은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끝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총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 법이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김일성의 침략으로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었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반격의 기회를 잡았지만, 외국군인에게 한반도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4계절이 뚜렸한 한반도는 살인적인 폭염과 한파가 동시에 존재하는 나라였다. 더욱이 언어 소통이 힘들고, 피아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때 한반도에서 국제 정세에 가장 밝았던 이승만 박사는 ‘신의 한 수’를 두었다. 8월에 그는 전에 없던 카투사(KATUSA, 미국 육군 증강 한국군) 제도를 제안했다. 외국 군인 입장에서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한 국군과 인민군의 차이, 암호 해석, 포로고문, 한국적 지형 파악 등에서 카투사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카투사의 배치로 인해 유엔군은 마침내 눈과 귀가 열리는 기적을 경험했다.

카투사 전사자 26.03%의 비율이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카투사는 ‘유엔군의 총알받이’였다. 동시에,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한 ‘위대한 총알받이’역할을 수행했다. 참전 용사 셔먼 프랫 대위의 증언에 따르면,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카투사들이 열심히 싸우다가 전사했다. 영어도 이해하지 못해 어처구니없이 전사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만일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30만명의 카투사 예비역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비상 상황에서 카투사 예비군들은 미국 본토와 일본에서 온 미국 증원군에 배치된다. 이번에도 카투사 예비군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위대한 총알받이’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시절, 오만하고 방자한 미군들을 많이 미워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대로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파병된 위대한 군인들이다. 나의 어리석음과 무지로 개인적으로 다투었던 미군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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