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등 공급망 불안 여파로 상승했던 식량 국제 식량 가격이 올해 들어 지속적인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6% 하락하며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추세다.
물론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은 꾸준히 금리를 올려왔고 이제야 금리 동결을 고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농가 경영비, 자재비는 아직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소비자 인식전환의 계기가 됐다. 물가 상승이 식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자 그동안 식량안보에 관심이 없던 국민도 식량 자급률, 쌀값, 종자주권 등 농업현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쌀값으로 데모를 하는 농민을 봐도 예전처럼 남의 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 때문에, 어떻게 바꾸고자 데모를 하는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인식과 환경이 변함에 따라 농업·농촌에 부는 변화의 바람도 거세졌다.
전북은 농생명과 바이오, 식품산업 등 농업 관련 핵심 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명실공히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지다. 우리 도는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종자, 미생물, 식품, 동물용의약품 등 농생명산업의 고도화와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신공항, 신항만, 철도 등 트라이포트와 연계한 새만금 글로벌 푸드 허브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디지털 농업을 선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디지털 농업팀을 구성하고,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운영하는 중이다. 특히, 혁신밸리 내에 위치한 빅데이터센터를 통해 데이터를 적극 수집·활용하여 관행 농업에서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예전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농업이 모든 산업의 근간이라는 근거로 쓰곤 한다. 그런데 정작 기간산업(基幹産業)에는 농업이 포함되지 않는다. 중요한 생산재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을 일컫는 말로 전력·철강·가스·석유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즉, 현대 산업에서 농업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산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이번 사태로 물류나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이라도 얼마든지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돈 주고 사 오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효율’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실제로 생산량 증가에 비해 인구는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등으로 농업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미래를 대비하고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윤대순 전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 지도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