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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도서정가제’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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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도서정가제’라는 것을 만들었을까
  • 전민일보
  • 승인 2023.02.1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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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시작되자마자 연초부터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는 1월 12일 서울 종로구 청사 대심판정에서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22조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다. 도서정가제가 헌재의 본안 심리를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소비자들은 ‘정가제’가 붙으면 ‘왜, 할인을 못하게 막지?’라고 의아해한다. 가뜩이나 물가상승에 책값도 오른 것 같은데, 할인을 못하게 하면 ‘책 소비’가 더 줄어들 것만 같다.

도서정가제 이슈를 파헤치다보면, 얽히고 설킨 복잡한 ‘책 생태계’를 만나게 된다. 따라서 오죽하면 ‘도서정가제’라는 것이 생겨났을까 공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냥 할인해달라고 말하지도 못하며, 제도에 대해 ‘폐지’만을 얘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상품’과 비교하여 폐지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도서정가제 관련 헌법 소원 청구인측 변호사는 "도서정가제는 다른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격 할인 금지를 오직 책에만 적용합니다. 이는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 반대로 왜 도서에만 ‘할인 금지’를 달았을까 의문을 가져보자. 책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창작 저작물로써 문화적 가치를 갖는 문화공공재로 봐야한다. 그래서 부가세가 면제되고 국가가 돈을 들여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이다. 오직 책만이 무료로 빌려서 볼 수 있는 ‘공공재’역할을 한다. 그래서 단순히 소비나 시장 논리로 가격이 정해져서는 안 되고 적정한 가격에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혹여 나의 정체성이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기에 서점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나부터 독자, 즉 소비자의 입장에서 ‘도서정가제’를 바라보고자 노력했던 부분이다. 솔직히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이런 복잡한 구조를 알지 못한 채, 온라인서점에서 대폭할인을 하는 도서정보가 뜨면 장바구니 가득 책을 담았었다. 그땐 몰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런 행동이 지역서점을 사라지게 하고, 작은 출판사를 울게하고, 무명작가들의 꿈을 접게 했다는 것을. ‘도서정가제’가 없이는 할인을 해도 손해 보지 않을 대형 출판사, 대형 온라인 서점만이 살아남는 구조라는 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도서정가제는 2014년 개정된 이후 지속하는 정책으로 가격 할인은 10%, 간접할인은 직접할인을 포함할 경우, 15%로 제한된 ‘불완전 도서정가제’다. 무조건 10% 할인이 가능한 온라인서점은 사실 동네서점과는 다른 ‘공급률(도매가)’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 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의 공급률이 다르게 적용되는지 나 같은 서점인들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도서정가제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차별적인 공급률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 도서정가제의 쟁점 중 가장 시끄러운 부분은 이 할인 정책이 종이책 뿐 아니라 전자책, 웹소설, 웹툰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다. 이 부분은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디지털 분야와 종이책을 도정제 논의에서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디지털 분야 때문에 도정제의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에 기준을 달리해야할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3년 주기로 재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올해가 재검토의 해이다. 이번 정부는 도서정가제의 개정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나마 2014년 이후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맞서 개성을 갖춘 서점들이 자리를 잡아 나아가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도서정가제’의 뿌리를 흔드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한다.

일본이나 프랑스의 경우엔, ‘완전도서정가제’의 실시로 할인 없이 100%정가를 받아 지역과 골목의 서점들이 온라인 서점의 매출보다 늘 우위에 있도록 하며 골목 상권을 지켜왔다. 이는 서점뿐 아니라 출판계의 다양성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할인제도가 사라지면 책값이 지금보다 더 낮아지리라 예상한다. 늘, 10% 할인을 예상하고 정가를 정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불완전한 도서정가제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면서 모두가 책 생태계 속의 문화적 가치와 지역서점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선 잘 익은 언어들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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