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의 부실수사와 강압수사 논란을 불러왔던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창작극회는 연극 ‘귀신보다 무서운’을 오는 12월 2일부터 18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공연한다고 30일 밝혔다.
‘귀신보다 무서운’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본은 곽병창 우석대학교 교수가, 연출은 조민철 감독이 맡았다.
연극은 박영희 천주교 교화위원이 나라슈퍼 사건을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정황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박영희 교화위원은 실제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주인공이다.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삼례 3인조’ 중 1명을 상담한 박 위원은 이들이 진범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구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박 위원의 도움 요청을 받은 변호사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수사 과정의 허점과 경찰의 권력남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국가는 모두에게 정의로운가’란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약자였던 ‘삼례 3인조‘를 진범으로 몬 것은 다름 아닌 국가였다.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여러 형태의 폭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곁에 늘 존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피해자보다 진범의 심리상태와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
극본을 쓴 곽 교수는 “죄를 고백한 진범보다는 가짜 범인을 만든 이들이 더 지탄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담았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연극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에 공연된다. 자세한 사항은 063-282-1810으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삼례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지난 1999년 2월 6일 새벽 4시께 우석대학교 앞에 위치한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3인조 강도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집 주인이었던 유모씨(당시 77·여)가 질식사했다.
사건 발생 9일 후 강씨(당시 19세) 등 3명이 체포됐다.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청소년들이었다. 재판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3월 12일 재판에 회부된 뒤, 대법원 선고까지 단 7개월 만에 끝이 났다. 당시 최씨 등은 각각 징역 3년에서 6년을 선고받았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지만,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됐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 3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 억울한 누명을 벗고 싶다"라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올해 7월, “청구인들을 무죄로 인정할 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며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전주지법 제1형사부(장찬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8일, 최대열(37)씨 등 3명에게 “피고인(청구인)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지난 4일, 전주지검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최씨 등은 사건 발생 17년 만에 살인범의 멍에를 완전히 벗었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