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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전북여행 한권의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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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전북여행 한권의 책을 읽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11.2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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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그리스도교 교회가 낳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사상가이자 고대문화 최후의 위인이라 일컫는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는 중세의 새로운 문화를 탄생하게 한 선구자였다. 그는 ‘세계는 한 권의 책과 같아서 여행하지 않는 자는 오직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우리는 세상의 한 페이지만 읽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바람은 유난히 쌀쌀하다.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이러한 날씨가 더욱 여행하고 싶게 한다. 아니 그립고 사무치게 떠나고 싶다.

어떤 이는 여행이란 늘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그 익숙함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이라 하였다.

그렇다. 여행은 나에게 첫 사랑과도 같은 설레임을 늘 안겨준다.

까까머리 학창시절 수학여행지에서 선생님 몰래 옆 숙소 여학생과의 찰나의 만남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그 설레임 마저 오래 간직하지 못한 채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기억은 마치 요한 볼프강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여행은 아내, 친구, 가족, 연인 그 누구와 함께 떠나도 설레일 것이다. 그러한 설레임으로 인해 주는 행복은 또다른 느낌과 여행의 맛을 보게 한다.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우리고 선선한 바람을 맞고,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자연을 욕심 없이 바라보고 담아낼 수 있어서 좋다.

얼마전 같은 시기에 공직에 들어선 개복쟁이를 만났다. 친구에게 여행은 속된 말로 사치가 되었고, 챗 바퀴 돌듯 늘 바쁘고 주변을 돌아볼 겨를 없이 몇 년을 바쁜 일정속에 파묻혀 살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다행인 것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일까? 외교부에 파견되어 뉴욕 총영사관에서 3년 정도 근무를 하게 되는 사치를 누렸던 적이 있었다.

뉴욕 3년 근무는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짬을 내어 여행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근무지역인 뉴욕 외에 주변 여러 도시들을 둘러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16년 전에 관광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기에 뉴욕 여행에서는 여행자를 위해 잘 갖추어진 시스템이 눈에 보였다. 관광지 관리에서 관광객에게 전달하려는 정보와 관광서비스 환경에 이르기까지 관광생태계가 잘 꾸며져 있었다.

주요 관광지마다 관광안내정보센터와 관광안내소를 운영하면서 여행에 관한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하여 한 눈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저렴한 가격에 뉴욕을 여행할 수 있도록 유료관광시설들과 식당, 투어버스를 하나로 묶은 뉴욕패스를 통해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정책은 또 하나의 색다른 경험이었다.

뉴욕패스는 11곳의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80여 곳을 자유롭게 1일, 2일, 3일, 7일의 기간 동안 15~30% 할인을 받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미국다움이 숨겨져 있었다. 입장료를 절감하였지만 더 많은 곳을 다니기 위해 소비한 지출이 더 많았다. 역시 미국식의 자본주의적 발상이었다.

우리 도는 일본 오사카 패스를 벤치마킹하여 전북 관광여건에 맞도록 전북투어패스를 개발하였다. 전북투어패스는 민선 6기 핵심공약 사업으로 순수 관광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분야를 관광과 융합하여 지역관광 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도는 전북투어패스를 계획하여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전주, 완주 2개 시군을 대상으로 약 10개월간 시범사업을 시행했었다.

10개월간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도, 시군, 민간단체간 정책조정회의 개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더불어, 지역상인, 관광, 교통, 전산전문가를 중심으로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을 구성하여 수요자 맞춤형의 관광생태계를 만들고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본 사업이 차질 없도록 늘 긴장하고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전북투어패스는 전북을 여행하는 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나아가 전북의 관광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의 말을 빌려, 전북을 여행하지 않는 것은 국내여행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전북은 한국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4개 시군별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 있고,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는 남부시장은 이미 먹방투어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한 농악, 판소리, 서예, 전통부채만들기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미슐랭 가이드에 수록된 진안 마이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익산 미륵사지, 고창의 세계 최대 고인돌군과 운곡 습지 등이 펼쳐져 있다.

전북투어패스는 단순히 통합시스템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14개 시군을 연계하여 저렴하면서도 가슴 설레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광코스를 개발하여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의 창조관광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뭘 보고 어디서 먹을지 수많은 블로그와 해시태그를 검색하며, 여행코스를 짜는 수고로움은 던져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헤르만헤세의 말을 빌어 올 연말 여행은 설레임을 갖고 전북에서 보낼 것을 권해 본다.

김인태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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