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8 21:14 (일)
권력의 중독
상태바
권력의 중독
  • 전민일보
  • 승인 2016.04.21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억제되지 않은 권력은 이 세상 무엇보다 중독성이 높다.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오도록 타인의 행동을 제어하는 힘을 권력이라고 할 때, 더 많은 사람을 제어할수록 이익이 많아지므로 인간의 두뇌는 중독성을 보인다고 뇌 학자들은 주장한다.

일본 가마쿠라 막부 시대 권력에 중독된 자들은 치열한 골육상쟁을 벌였다. 막부를 연 요리토모는 호겐의 난 때 천황을 위해 싸운 요시토모의 아들이었다.

요리토모의 할아버지 타메요시는 천황과 대립하는 상황을 도왔으므로 부자끼리 싸우는 형국이었다.

천황 측이 승리하여 요리토모의 할아버지는 참수되었고, 아버지는 살아남았으나 다이라씨와의 전투에 패하여 전사했다. 열두 살의 요리모토는 두 형마저 잃고 두 동생을 남겨둔채 섬에 유배되었다. 서른한 살 때 자신을 감시하는 도키마사의 딸 마사코와 결혼하고 서서히 세력을 키워나갔다.

요리토모의 사촌인 요시나가가 법황을 위협하여 쿠데타를 일으키자 법황은 요리모토에게 요시나카의 토벌을 명령했고, 요리토모의 두 동생 노리요리와 요시츠네가 출정했다.

이들은 사촌 요시나가를 제거했고, 요리토모는 쇼군이 되어 권력을 잡았다.

법황은 쇼군 요리토모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두 동생과 숙부 유카이를 이용했다. 두 동생은 법황의 명을 받고 형에게 반기를 들었으나 실패하여 막내 요시츠네가 피살되었으며, 숙부 유카이와 동생 노리요리마저 살해되었다.

요리토모가 낙마하여 죽은 뒤 큰아들 요리이에가 2대 쇼군에 올랐지만, 그의 외조부 도키마사에게 피살되었다. 열두 살 어린 나이로 3대 쇼군에 오른 둘째 아들 사네토모마저 외삼촌 요시토키의 음모로 살해되고 권력은 요리토모의 처가로 넘어갔다. 가마쿠라 막부 100여년 동안 계속된 요리토모 집안의 골육상쟁은 권력에 중독된 자들의 천륜을 저버린 만행이었다.

조선 최초의 세도 정치가였던 홍국영은 권력의 맛에 중독된 전형적인 인물이다. 25세에 벼슬길에 나서, 정조가 세손으로 있던 때 세자시강원의 설서로 봉직했다. 그는 정조가 노론 벽파의 견제와 암살 위기에서 벗어나 왕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홍국영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9세에 권력을 한 손에 쥐게 되었다. 왕은 그에게 자신을 경호하는 숙위대장과 금위대장의 자리를 주었으며, 군권을 쥐는 훈련대장, 왕명을 출납하는 도승지를 겸직시켰다.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에 합참의장까지 겸하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국정의 모든 사안이 홍국영을 거치지 않으면 왕에게 보고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니 정승도 그에게 꼼짝하지 못했다.

홍국영은 자신의 누이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들였지만, 더는 운이 없었는지 이내 죽고 말았다.

그 뒤 왕비를 시해하려 했고 상계군 옥사에 연루되는 등 온갖 비리와 관련되어 탄핵을 받아 유배형에 처했다. 세도 3년만에 권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홍국영은 귀양지에서 울화를 삭이지 못하고 병이 들어 1년 만에 죽으니 그의 나이 겨우 서른넷이었다.

사람은 한번 무한 권력을 맛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중독성을 보인다고 한다. 북쪽에 있는 3대 세습왕조의 무한 권력은 권력 중독의 전형적 사례가 아닐까?

하지만 어찌 북쪽에서만 그러겠는가.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무한 경쟁에 입맛이 씁쓸하다.

김현준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