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극인들의 축제의 장 전북연극제가 30일부터 4월 3일까지 전주와 익산, 군산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로 32회를 맞이하는 전북연극제는 지역 연극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발전상을 가늠하는 자리이자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7회에 걸쳐 올해 무대에 오르는 전북연극제의 작품들과 극단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전북연극제의 네 번째 작품은 4월 2일 오후 4시 익산 아르케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극단 작은소리와 동작의 ‘결혼’(이강백 작, 한유경 연출)이다.
‘결혼’은 우리 지역 출신 극작가 이강백 서울예대 교수의 초기작으로 빈털터리인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 집과 하인을 빌리지만 맞선을 보면서 물건들을 하나씩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을 통해 소유의 의미와 현 물질만능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 실험적으로 구성됐으며 이야기책 속의 사건을 극중의 현실로 바꿔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별한 무대장치도 없고 필요한 소품을 관객으로부터 빌려오는가 하면 극중 시간과 상연시간을 일치시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연출자 한유경은 “결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자신에게 소유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제를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소유의 본질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줄거리
젊고 잘생겼으나 빈털터리인 ‘남자’는 결혼이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남자’는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되돌려 주는 것을 조건으로 집과 부자로 보일만한 여러 가지 물건들, 하인을 빌리게 된다.
부자 행세를 하며 여성 잡지 ‘사교란’에 주소를 올리고 연락이 온 ‘여자’와 맞선을 보기로 한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빌렸던 물건(넥타이, 담배케이스, 구두, 겉옷, 모자 등)들을 하나하나 하인에게 빼앗기게 된다.
‘여자’는 이런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남자’의 진실한 모습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
익산 연극계의 명맥을 유일하게 이어가고 있는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대표 이도현, 이하 작은 소동)’은 1995년에 창단됐다.
‘작은 소동’은 이도현 대표가 1980년대 익산에 있었던 극단 ‘토지’의 단원으로 활동할 당시 ‘여성’을 소재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주위 동료들을 모아 여성극단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여성의 이야기만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