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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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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연습 중
  • 전민일보
  • 승인 2015.07.3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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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주일 아침, 군 소재지에 살면서 시내에 있는 교회에 가려면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요즘 독한 피부약을 먹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따로 분리된 기분이다.

조그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교회 가는 시간이 늦어졌다. 원활했던 차량 흐름이 시내에 들어서자 꽉 막혔다. 전고 사거리에서 오목대 방향은 한옥을 찾는 관광객으로 인해 주말과 주일엔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꽉 막힌 찻길, 바로 앞 차 뒤에 “주행연습 중”이라고 붙인 표지를 보고 파안대소하며 웃었다. 운전자는 초보운전도 아니고 왕초보란 말도 아닌 주행연습중이란 말을 어떻게 끌어다 놨을까.

그가 가진 번뜩이는 남 다른 상상력에 절로 고개를 숙였다. 예배시간을 맞추기는 이미 글렀고 주행연습 중이란 푯말을 이정표 삼아 주행연습 하듯 운전을 했다. 완산교회 사거리에서 차가 많이 밀려 두 번째 신호를 겨우 받았다.

오래 전 운전면허증을 따던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한 달 가까이 코스 꺾는 연습만 하고 시험을 치르러 갔다. 운전면허학원 인솔자가 밑져 봐야 본전이라며 코스도 경험삼아 보라고 하였다. 코스 연습을 단 하루밖에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는 게 자신이 없어 주저하다 앞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시늉을 냈다.

그런데 합격이라는 부저가 울려 내 귀를 몇 번 의심했다. 운전면허증을 딴 게 아니라 줍다시피 하고서 곧바로 주행연습에 들어갔다.

운전면허증을 너무 손쉽게 따다보니 운전을 우습게 여겼다. 3일 동안 주행 연수를 받으면서 가르치는 대로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한다고 교관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새 차를 구입한 날 차 뒤에 초보운전이란 표지를 붙이고 주행연습을 한답시고 시내로 나왔다. 주변에서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고 심지어 육두문자까지 날리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운전을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심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결국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 택시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다는 것이 가속페달을 밟아 부딪치고 말았다. 차를 구입하여 운전한 첫 날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에 가입한 지 하루 만에 사고를 낸 운전자는 나 말고 아마 없을 것이다.

가끔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를 낸 사람 말이 나오면 눈을 감고 운전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큰 소리를 쳤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바로 나였으니 입이 백 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지금은 초보운전 표지를 붙이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붙이게 하였다. 초보운전이란 표지 대신 “오늘 운전면허 땄어요”, “왕초보”, “핵폭탄 탑재 중”, “답답하지요? 저는 더 답답해요.”에서부터 “죄송합니다”나 “미안합니다”와 같이 정중하게 배려를 설득하는 유형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차 안에 아기가 있어요”나 “노인운전자”라는 표지를 붙인 것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운전 교습용 차도 아닌 자가용에다 “주행연습중”이란 표지를 붙인 것을 보고 신선한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막힌 길이 펑 뚫릴 리 없고 서두른다고 빨리 갈 상황도 아니었다. 예수병원 쪽으로 직진하는 “주행연습 중”이란 말을 붙이고 달리는 차를 보내고 나서 나 역시 주행연습 하는 마음으로 운전하였다.

교회에 도착했더니 염려한 것과 달리 3분 정도 늦었다. 세상살이 가속페달을 밟고 고속으로 질주하든 주행연습 하듯 설레고 긴장하여 달리든 3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운전연습 하듯이 삶을 운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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