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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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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세대
  • 전민일보
  • 승인 2015.04.0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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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이 시는 ‘김상용’이 쓴 「남으로 창을 내겠소」이다. 전원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태도와 함께 현실을 초월하고 달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자연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은 이른바 모성회귀(母性回歸) 본능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고는 삶을 어느 정도 산 50대 이상 세대가 20~30대 세대보다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최근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달관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에서 사용한 ‘사토리 세대’를 번역한 말로 돈벌이나 취업에 무관심한 20대를 일컫는 말이다. 한 마디로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 취업할 수 없거나 승진이 되지 않아 돈을 적게 벌어도 만족하며 사는 세대를 의미한다. 이 말과 관련하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85.6%가 달관세대란 말에 공감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청년이나 젊은 직장인이 현실에 대해 절망하고 체념하여 사회적으로 자포자기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나 웹툰 원작 드라마인 미생과 주인공 이름을 본 딴 ‘미생시대’라는 말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젊은이에게 꿈과 열정을 펼치게 해준다는 구실로 이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일부 업계가 저지른 갑질을 비꼰 ‘열정페이’라는 말도 있다.

얼마 전 전주시가 환경미화원 시험을 치렀다. 11명 모집에 632명이 지원하여 5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응시자 가운데 육군 대위 출신, 현직 목사, 석사 학위자,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309명에 이르렀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19%, 30대가 46%에 달해 20~30대 지원자가 65%에 이르렀다.

환경미화원은 초임 연봉이 3,500만원에다 62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청년실업이 지닌 문제점은 개인적으로는 자존감을 상실하여 무력감에 빠지게 하고 사회적으로는 사회적 총 생산성을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그리고 사회적 부양부담을 늘려 국가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세대가 저지른 범죄가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한 말에 대해 네티즌은 대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 불황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나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마지못해 현실을 달관한 세대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나 당국이 청년실업과 관련한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안도현’이 쓴 「연어」에서 연어 떼가 폭포를 만났을 때 웅변가 연어, 교사 연어, 과학자 연어가 내놓은 방안이 한결같이 공허하게 들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절대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우선 창조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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