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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초선과 행정사무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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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초선과 행정사무감사
  • 전민일보
  • 승인 2014.12.0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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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희 전주시 의원

 
알아듣는다는 것과 그것을 체득하여 활용한다는 것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이번 회기가 시작되기 전 전주시의회는 전체 의원연찬회를 열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진행했었다. 교육받고 있을 때는 그렇게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초선인 나에게 안다는 것은 그저 말을 들었다는 것 이상은 아닌 게 분명했다.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이런 저런 자료를 요구해서 검토하고 묻고 했었지만 그것이 행정사무감사장에서 큰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초선의원들은 나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을 하고 있고 포인트가 정확한 게 확실해 보였다.

어쩌면 난 같은 초선의원을 질투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감사장에 들어오는 집행부도 긴장하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질문을 준비해야하는 나는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이 긴장하고 있었고 편안하지 않았다.

멋있게 잘하고 싶었던 탓이다. 집행부에게도, 같은 의원에게도, 시민들에게도 멋있는 의원으로 보이려고 하는 게 얼마나 황당한 욕심인지 나만 모른채 감사기간 내내 위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감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난 맞혀야 하는 과녁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한 목표가 없기 때문에 어떤 자료도 나에게 도움이 안 되었고 질문 또한 그 방향과 지점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초선인 나에게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경험보다 큰 스승은 없는 것이지.

행정사무감사란 1년 동안 관심가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조사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와서 비로소 그 과정과 방향 전체를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의 과정을 생략해버린 나에게 날카롭고 서슬 퍼런 질문이 나올 리 없었던 것이다.

깨닫고 나니까 훨씬 부담이 생겨버리긴 했다. 왜냐하면 사실 1년 내내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은 모방이 먼저다. 모방을 잘하고 나면 비로소 나만의 스타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상임위원회의 의원들은 어떤 질문들을 하고 있는지 보도자료를 뽑아 대충이라도 훑어보았다. 지역구에 시행되는 사업들에 관련된 질문들이 있었고,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질문이 이어졌고, 어떤 것들은 작년에 이어 계속 지적되는 사안들도 있었다.

행감장에 들어오는 집행부들의 행정경력은 회소 10년에서 간부직원들은 30년도 훌쩍 넘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나 같은 초선이 이 집행부들을 상대로 하는 질문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보는 방향이 완벽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각자 보는 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벽히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들어와도 갑자기 쏟아지는 질문에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전에 잠깐 계약직으로 자치단체에 근무했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난 예상 질문을 뽑아본 경혐이 있다. 아마 지금의 집행부들도 그런 예상 질문지를 수십 개는 뽑아올 것이다.

예상이 적중한 것보다 그렇지 않은 질문이 집행부에게는 뼈아프기는 해도 더 나은 행정을 위해 다른 방향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행정사무감사는 내 실력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 행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일 것이다. 집행부보다 훨씬 더 치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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