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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殘像)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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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殘像) 하나
  • 전민일보
  • 승인 2014.06.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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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오래 전 일이다. 진로에 대한 방황과 고민 끝에 모교인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과정에 지원한 적이 있다. 영어와 전공시험. 문제는 전공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치러진 내 답안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출한 함량미달의 답안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합격 이었다. 그것은 내게도 불명예스러운 것이었지만 모교와 은사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었다.

난 스승들께 내 잘못된 응시에 대한 반성과 스승의 배려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담아 보냈다. 그리고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때 만난 대학원생이 한 명 있다. 석사과정 중이었던 그와 짧은 인사만 나눴다. 후일 친구로부터 그 후배가 전주시장 비서실장으로 갔다는 얘길 접했다. 바로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다.

정치인 김완주의 참모에서 전주시장으로 선택받기까지 그의 정치인생에 대한 개략적인 과정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도청 대외협력국장으로 재직 시 국제협력과장으로 근무했던 선배는 내게 이런 얘길한 적이 있다.

“나는 총무처 7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나 보다 나이 적은 상사를 많이 보셔봤다. 그런데 김승수 국장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분들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김국장을 모셔보니 지사께서 왜 아끼시는지 이해가 된다.”

내가 전해들은 그는 겸손하고 진정성이 있는 인물이라 얘기한다. 그러한 자산은 그가 참모로서 보여준 역량을 극대화시켜 오늘의 그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이제 더 이상 참모가 아닌 리더라는 사실이다. 그가 지금까지 했다고 얘기하는 모든 것은 그의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김완주의 몫이지 참모 김승수의 것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친구의 전언에 의하면 그는 전주천 정비와 관련해 이런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전주천이 서울 청계천 보다 먼저 정비되었고 훨씬 아름답게 됐는데도 사람들이 청계천 얘기만 한다.” 나는 전주천이 청계천 보다 생태적으로나 미적으로 훨씬 아름답다는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서울시장 이명박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택하게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청계천은 단순한 하천정비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개발시대의 종료와 함께 환경과 상생의 시대로 변화하는 출발을 알린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청계천은 바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치러야할 사회적 갈등과 가치배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국민은 청계천을 통해 그것을 검증한 것이다.

이제 김승수 당선자에게 전주시민은 묻고 기대할 것이다. ‘벽에 부딪힌 전주와 완주의 통합’, ‘여전히 뇌관이 살아있는 시내버스 문제’그리고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 ‘과연 미래 전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김승수 당선자는 언젠가 페이스북에 자신을 동갑내기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과 비교한 적이 있다.

한국인에겐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하시모토는 일본 ‘보수파의 샛별’로 얘기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그렇듯 한국인의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하시모토 역시 한일관계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런 시기가 온다면 그때는 더 이상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가 아닐 것이다.

만일 정치인 김승수가 그런 역사적 상황에서 하시모토의 카운터 파트가 된다면 그 역시 더 이상 전주 시장 김승수로 머물진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가 보여줘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전주시민 누구도 예산군수가 누구인지 관심이 없듯 예산군민도 전주시장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가 성공한 전주시장이 돼 예산군민도 알 수 있는 정치인이 된다면 그에겐 하시모토 이상의 카운터 파트가 생길 것이다.

그에 대한 내 잔상이 미래의 소중한 열매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영화감독 김기덕이 그랬던 것처럼. 사족 하나, 난 그와 특별권력관계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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