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전주 디딤돌평생학습센터・완산선관위 지적장애인 모의선거체험
“도장을 여러 곳에 찍으면 무효가 되니까 조심하세요.”
지난 16일 오후 전주시 전동 디딤돌평생학습센터 강당에는 20여명의 지적장애인들과 사회복지사들로 북적였다. 전주시 완산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애인들의 올바른 참정권 행사를 위해 순회 방문하는 ‘선거체험교육’이 열린 것.
이날 교육은 선거의 의미를 알아보는 사전교육을 비롯해 실제 투표소와 똑같은 환경 속에서 모의투표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앞서 ‘나는 대한민국의 유권자다’라는 주제로 선거의 유래와 역사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장애인들은 투표에 대해 설명하는 교수에게 큰소리로 대답하며 호응했다.
이날 선관위 초빙교수로 강의한 박정순(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초빙교수)씨는 “재능기부를 통한 유권자를 위한강의로 주인의식을 함양하고 원칙을 지켜 선거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후 ‘숲속 대표자 선출 영상’에서 대표가 되고 싶어 하는 동물들의 소견발표가 있었다. 호랑이, 원숭이, 코끼리가 나와 ‘무조건 열심히 뛰겠습니다’, ‘숲에 다리를 놓겠습니다’, ‘여러분의 성실한 일꾼으로 솔선수범 하겠습니다’ 등 장애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애썼다.
유세가 끝나고 투표가 시작되자 지적장애인들은 한 명씩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상기된 표정으로 투표를 한 백영기(24)씨는 “저번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어머니 손을 잡고 갔었는데 투표방법이 너무 어려워 그냥 나왔다”며 “모의투표를 잘했으니 다음 선거엔 큰 어려움 없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윤아(30)씨는 “주민 모두에게 좋을 것 같은 공약을 이야기 한 동물대표를 뽑았다”며 “그동안 선거일에 집에서 방송으로만 보던 투표를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손으로 지역일꾼을 뽑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빨리 내년에 진짜 투표해보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개표가 시작되자 조용했던 강당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 표 한 표 각 후보의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다음달 4일 진행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 선거에선 7개선거(도지사, 도 교육감, 시장, 도의원, 시의원, 광역 비례대표, 기초 비례대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선관위는 다문화가정, 장애인, 새터민 가정 등을 방문해 투표 방법 등을 반복 교육할 방침이다.
완산선거관리위원회 길안나 홍보주임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 ‘선거’라는 행위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선거절차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선거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반복된 선거교육으로 선거당일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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