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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뽑은 가래떡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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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뽑은 가래떡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 김병진
  • 승인 2014.01.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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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 연휴 앞두고 분주한 시골 방앗간 풍경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오전 완주 고산 제일떡 방앗간. 해 마다 이맘때가 되면 떡집은 쉴 새 없이 쌀을 빻고 반죽을 해 가래떡을 뽑아내느라 분주하다. 설 명절을 앞둔 떡집은 사람을 한 둘은 더 부려야 한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떡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곡식들이 담긴 대야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10여년 넘게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현근 사장(48)은 밀려드는 가래떡 주문에 전날 밤 미리 쌀을 불려 놨다. 대야 가득 담겨있는, 4~8시간을 불린 쌀의 물을 빼고 제분기에 넣으니 곱게 빻아진 흰 가루가 쏟아져 내려온다.


한 번 빻아진 쌀가루에 약간의 물을 붓고 조물조물 반죽을 한다. 두 번은 빻아야 입자가 곱고 부드러운 가래떡이 완성된단다. 또다시 한 번 제분기를 거쳐 쏟아지는 쌀가루는 흰 천처럼 얇게 빛났다.


곱게 빻은 쌀가루를 30분간 쪄낸 후 기계에 넣고 떡을 뽑아낸다. 가래떡을 뽑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떡을 뽑아내며 찬물에 잠시 담갔다가 꺼내야 하는 것.

 

이렇게 해야 가래떡이 나오면서 엉키거나 들러붙지 않는다고 한다. 모락모락 김을 내며 뽑아져 나오는 가래떡을 눈대중으로 성큼성큼 잘라 물속으로 집어넣는데도 길이가 일정하다.


“이 일 벌써 10년째예요. 쫀득쫀득하니 찰져 보이죠? 더 맛난 집 있으면 나와보라 해요!” 갓 빼낸 가래떡을 기자의 입에 밀어 넣었다. 따끈따끈한 가래떡의 고소하고 찰진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이번 설에 얘들 내려온다요?”, “둘째는 뭣 낳았다요”. 머리에 한 짐 이고 온 아낙들이 ‘불린 쌀’을 내려놓고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떡을 뽑고 있는 박금순(72)할머니는 “예전에는 이런 기계가 어딨었어. 집에서 손으로 떡을 다 했지. 도구통에 쌀을 찧어 가지고 가마솥에다 찌고는 손으로 돌돌 말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들어 먹었다니까.” 할머니의 소싯적 얘기에, 그보다 어린 아낙네들은 그런 시절이 있었냐며 놀라기도 했다.


떡배달을 나서던 박 사장은 “예전에는 설 대목이 되면 아침 7시부터 밤 9~10시까지 일 해야 주문량을 다 맞췄다. 요즘이야 마을 인구도 줄고 떡집도 많이 생기고 또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예전처럼 많이 먹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올 설엔 정겨운 시골에서 우리 쌀로 만든 맛있는 떡국 먹고 모두들 기운 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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