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사러 오는 사람이 4분의 1로 뚝 떨어졌어요.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 발길이 뜸해져 너무 속상합니다”
모처럼 따뜻한 겨울 햇살이 내리쬐는 22일 오전. 완주군 삼례시장 닭집 골목은 싸늘함마저 감돌았다. 삼례장은 처음 장이 들어 설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난 산 닭, 오리, 강아지 등을 팔던 10여 곳이 성황을 이루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꽥! 꽥!”시장 초입부터 방문객을 반기던 오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닭 울음소리만 요란했다.
한 닭집 주인 김모씨(65)는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이게 무슨 봉변이냐”며 한숨을 내쉰 뒤 “제발 신문이나 방송에서 닭·오리고기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꼭 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옆집 생닭·오리 판매상인은 기자가 다가가자 아예 시선을 피했다. 판매 상황이 어떠한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오히려 “사가는 사람이 많은데 뭘 그러느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이 가게에도 오전 중 소비자 발길은 거의 없었다.
10여년째 시장에서 닭집을 해 온 한 상인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 신세가 정말 처량하다”면서 “그나마 조금 있던 손님들도 모두 큰 마트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상도 참 무심하지. 우리같은 영세상인들은 어떻게 살라고. 결국 또 대규모 유통업체들만 좋아지고 말 것”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AI확산을 막기위해 시장 닭집들은 축협과 협조해 방역 및 예찰활동에 신경 쓰고 있다. 한 상인은 “이동이 많은 시장초입에 위치해 방역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위험지역에서 벗어난 완주, 익산 왕궁면 지역의 닭들을 들여왔고, 하루 2번이상의 전체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번 AI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사례가 없고, 익혀먹을 경우 안전하다는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의심신고만 접수돼도 농장에 대한 출입통제 및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지는 등 감염된 오리·닭의 이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며 “만에 하나 감염된 오리·닭이 유통돼 이를 섭취한다 해도 75℃에서 5분간만 익히면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김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