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급한 용무를 위해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청을 찾은 김모(32)씨는 청사 입구에서 깜짝 놀랐다. 주차장이 폐쇄되는 바람에 청사 앞, 뒤 이면 도로가 양쪽으로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들로 마치 시장통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도청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주차할 곳을 찾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도로가에 차를 대고 도청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공무원만 행사에 참여해도 승용차는 크게 줄 텐데, 주민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있느냐”며 “아무 홍보도 하지 않고 갑자기 이벤트를 펼쳐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매년 시행되는 ‘승용차 없는 날’ 행사가 시민과 공무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주택가 이면도로는 주차 차량으로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다.
이날 전북도에 따르면 도청을 비롯해 전주, 익산, 군산의 시청청사와 경찰서 등 공공기관 주차장 사용을 하루 제한하는 ‘승용차 없는 날’을 시행했다. 공공기관은 이 날 하루 의전차량과 장애인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공공기관의 주차장 이용이 제한되고 공무원들의 출근과 출장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키로 했다.
하지만 ‘승용차 없는 날’이 결국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하면서 청사 주변 주민들만 불편을 겪었다. 전북지방경찰청의 경우도 이날 청사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지만 옆쪽의 공영 주차장은 만원을 이뤘고 이 때문에 일부 차량은 이면 주차까지 한 상태였다. 차량들을 확인해 본 결과 상당수 차량에 전북경찰청 직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사 취지는 좋지만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자체가 불편한데 무조건 차량을 놔두고 출근하라는 것은 문제”라며 “결국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상당수의 직원은 차량을 타고 출근해 청사 인근에 주차를 했다”고 말했다.
‘승용차 없는 날’은 1년 중 단 하루라도 자가용을 타지 말자는 캠페인이다. 1997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행됐고, 2001년부터 우리나라도 참여 중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일관된 행사진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승용차 없는 날 행사가 아직 지역에선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라 일부 공무원들이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에너지 절약 등 좋은 취지의 행사인 만큼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