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명을 이어가던 아내를 숨지게 한 80대 남편이 법원의 선처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현석 부장판사)는 21일 폐암 말기 환자인 아내의 산소흡기를 제거,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8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살인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범죄다. 게다가 이 사건 피고인의 경우 피해자를 누구보다 존중하고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남편이기에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아내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오로지 집에 데려가야겠다는 일념 하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며, 그 동안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온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77세로 고령인 피해자는 폐암말기 환자로 회복가능성이 희박했고, 피고인과 가족들 모두 임종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점, 특히 피고인이 아내를 떠나보내고 죄책감 등으로 정신적으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 양형기준의 권고형의 하한보다 다소 낮게 형을 정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5일 오후 3시 30분께 도내 모 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던 아내(77)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폐암 말기 환자로 5년 째 투병생활 중이던 A씨의 아내는 사건 발생 당시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는 경찰에서 “집에서 편안하게 눈감게 해주려고 병원에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도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호흡기를 떼어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기관 또한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는 판단하고 A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