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좋은 소식이 거의 없는 요즘이다. 국외적으로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세계가 뒤숭숭하더니, 미국이 국가부채한도를 증액해야 한다 안된다 하며, 국가 디폴트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떠들어 대더니 급기야는 시용등급을 낮추는 일로 세계적으로 혼란이 시작되었다. 하여간 안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주간, 중부지방의 폭우로 인해 일어난 물난리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특히 서울은 강남일대가 물바다 되어 여기저기 침수되고, 차가 잠기고 떠내려가고, 서초동에선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 산아래 형촌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마을주민들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고 실종되었다. 이 와중에 구학서 신세계 회장부인인 양명숙 씨도 자택 지하에서 토사에 휩쓸려 사망하고 말았다. 물난리엔 부자동네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연의 몰아침 앞엔 회장부인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우리들에게 닥친 진정한 위기 즉,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을 통해 정말 심각한 위기가 찾아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 오늘날과 같이 많은 혼돈과 단절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 세대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자신을 지켜내고 이기어 낼 수 있을까?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큰 사건들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세상이 끝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경계할 것은 이런 위기의식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 서로 다투게 만들고, 미워하게 만들고, 이기적으로 만들고, 급기야는 상처주고, 배반하고 결국, 인간 서로를 멀어지게 만들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러한 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미혹 당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위기, 지구의 위기를 말한다. 물론 이런 일들이 우리를 불안케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런 일들에 상처 받고 불안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들로 인해 미혹을 받아 서로의 신뢰를 떠나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오늘 이 혼돈과 단절의 세대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한 갑작스런 사건들이나 혼란을 통해 일어나는 결과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세상의 위기는 지진과 기근과 혼돈으로 인해 물리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데 있지 않다. 우리들의 진정한 소망은 물리적인 외적 환경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 인간의 진정한 소망은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큰 사건들이 일어나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수록 우리는 더욱 더 사랑이 식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의 능력을 지켜내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큰 상처와 슬픔, 고통이 있더라도 우리가 그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랑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이 사랑이 식어지게 해서도 안 된다. 위기의 때일수록 더욱 사랑이 힘을 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의 물난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자원봉사자가 1만 명이나 모였다니 한편으론 마음이 훈훈해진다. 감사한 일이다. 보이지 않게 이 세상을 사랑과 희생으로 섬기는 이들이 많기에 이만큼 우리들이 평화로이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다.
인간의 탐욕이 그치지 않는 한 앞으로 혼돈과 환난은 점점 더 심해지리라. 우리들은 그 때를 대비해, 사랑 잃지 않고 그 사랑 가지고 끝까지 견디어야 한다. 분열하는 이 세상에서, 갈등하고 반목하고, 서로 미워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오히려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참 사람들이 되기를 소원해 본다.
남 상 훈 / 국민생활안보 전북협의회 상임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