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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농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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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농부의 마음
  • 전민일보
  • 승인 2011.07.21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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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라이온스 클럽이 함께 연합으로 자원봉사를 하기위해 수해지역을 방문했다. 지금의 농촌은 젊은 사람보다 고령층이 많아서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한 순간의 재난을 해결할 만한 노동력이 없었다. 옛날 같으면 품앗이가 있어서 우리 집 일 뒤로 하고 어려운 집부터 도와주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있어서 그래도 어려운 일들이 쉽게 해결 되었겠지만 고령층이 도시보다 시골이 살기 좋아 살다보니 독거노인도 많고 어느 한집 여유 있게 살아가기기 여간 힘들지 않은 것 같았다. 

   수해지역에 도착하자 몇 분의 농부가 마중 나와서 우리 집이 급하니 도와달라고 하는 요청에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일에 서툰 60명의 봉사원들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꺼번에 다 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순서를 정하고 오늘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약속을 한 후, 어느 농부의 수박 밭을 향해 트럭 뒤를 타고 가면서 수박 밭의 옛 추억을 떠 올렸다. 과거 수박 밭에는 원두막이 있었고, 그 당시에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수박과 참외가 들판에 나 뒹굴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 내가 맘에 드는 수박을 하나 따서 한 여름 시원한 원두막 위에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수박을 입에 물고 수박씨를 원두막 밖으로 날려 보내던 추억과 지금은 아닐 것이다 라는 현실 속에 수박밭에 도착하였다. 

   현재 시간은 오후 두시 비닐하우스 안에는 찜통더위로 온도가 너무 높아 들어갈 수 없는 상황, 물에 젖었던 수박덩어리가 썩어가고 게다가 거름냄새까지 혼합된 악취가 코를 찌르니 우리의 얼굴색은 어두워져 갔다. 어쩌랴 약속한 것을, 그리고 라이온스 클럽의 모토인 “우리는 봉사한다“를 외치고 다니는 우리가 당연히 도와드려야 할 것을, 누군가 “빨리 시작합시다”라는 외침과 함께 10여개의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 수박덩어리는 밖으로, 넝쿨은 뽑아내고, 바닥에 깔린 비닐은 말아서 걷었다. 10분도 안되어서 사람들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다는 아우성들, 그 중에는 썩은 수박 속에 멀쩡한 수박도 있었고, 봉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아까운 수박을 왜 버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무심하다, 우리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여러 집의 봉사활동을 모두 마쳤다.

   봉사가 끝나자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익산 함라 막걸리 생각이 나서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서 서로 흙 묻은 얼굴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걱정스러웠지만 남을 도왔다는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뻤으며, 어느 농부의 말씀으로 “비닐하우스 안에는 오전에는 들어가지만 오후에는 질식사 하므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는 명언 속에 우리는 또다시 웃고 말았다.

   익산지역은 예부터 특별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하늘이 내린 땅이었지만 올 장마에는 익산시 북부지역이 4대강 사업 때문인지 아니면 집중 폭우가 있어서인지 수해 피해가 아주 컸다. 그래서 요 며칠 동안은 익산시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 군인 그리고 여러 사회단체들이 너도 나도 팔을 걷어 부치고 수해 현장에서 거의 매일 봉사하는 모습이 지방 방송에 나오고 있다. 시골의 품앗이는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민심이 남아있어서인지 많은 단체들의 도움으로 수해봉사는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점점 서구화 되어 가는 이 마당에 향 후 우리 이웃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상부상조와 같은 우리 문화가 남아있을까 염려스럽기도 하고, 개인주의와 핵가족시대를 경험한 서양은 점점 동양 문화의 가족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서구와 같은 개인주의와 핵가족시대가 되어가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보다 서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지만 즐거운 것도 있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서구사회 그리고 아프리카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얼마나 즐겁지 아니한가?

   우리생활 중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 의미는 누가 리더가 되어서 일을 진행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소극적으로 하느냐, 또는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중심점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을 것이고, 사람이 적어도 힘을 합하면 안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리더의 역할이 아닌가 싶고, 아마 많은 사람들은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나 뿐만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리더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영로  /  익산마한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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