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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헌금봉투, 목사도 직업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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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헌금봉투, 목사도 직업 가져야
  • 전민일보
  • 승인 2011.07.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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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대형 교회에서 구멍 뚫린 헌금봉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목동 A교회, 용산 B교회 등이다. A교회 측은 “헌금봉투에서 돈을 꺼내는 작업을 할 때 돈이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봉투에 구멍을 뚫어 남은 돈이 있는지 쉽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교회는 신자수가 8000명이다. 한 해 재정운용액만 100억 원이 넘는 대형 교회다.
  용산구의 B교회도 같은 크기의 구멍이 난 헌금봉투를 비치하고 있다. B교회 역시 3개관을 운영하는 대형교회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멍 뚫린 헌금봉투에 대해 논란이 많다. 너무 드러내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을뿐더러 헌금을 내는 사람들이 이를 의식하니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어찌 보면 의도적으로 헌금을 많이 내라고 강요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사실 ‘봉투에 구멍을 뚫어 남은 돈이 있는지 쉽게 구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구멍을 뚫지 않아도 잔금의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필자가 편지봉투를 가지고 직접 실험해봤다. 일단 돈을 빼내려면 봉투를 손으로 열어야 한다. 그래서 봉투를 벌려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봤다. 봉투 속 안은 개미새끼 한 마리도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돈이 남았는지 쉽게 확인이 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참으로 구멍 뚫린 헌금봉투는 충격적이다.
  우리가 ‘구멍 뚫린 헌금봉투’ 논란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만약 일부 교인들의 생각처럼 더 많은 헌금을 유도하기 위한 발상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이는 대형교회의 세속화, 기업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형교회들은 지나치게 물량ㆍ성장주의에 빠져 있다. 강북에 사는 신자를 강남으로 실어 나르고, 강남에 사는 신자를 강북으로 실어 나른다. 사람을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고 교회가 점점 세룰 불려 기업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 교회는 정치ㆍ경제적으로 권력화 되어 있다.
  교회를 떠난 사람 중엔 의외로 헌금 때문에 부담이 되어 교회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핑계일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무시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실제로 교회에서 하나님을 빙자하여 무리하게 헌금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가 헌금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본문이 오히려 이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목사도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물론 신부나, 스님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종교지도자는 다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의 분위기는 목사는 그 어떤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되다고 믿어왔다. 말하자면 목사의 목회활동 그 자체가 직업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성경적인가, 또는 합당한 것인가를 물을 때에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목회자들에 대해서 특별하게 직업을 가지지 말라고 언급하거나, 그것에 대해서 부정을 하고 있지 않다. 아니, 도리어 성경은 모든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목사, 전도사, 혹은 교회의 사역자들이 일하지 않고 신자들이 내는 헌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일하지 않는 손해는 배가된다. 벌어야 되는 것을 벌지 못하는 손해와 또 하나는 헌금을 그들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소득 없는 사람이 교회 헌금을 소비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장사를 하는 자가 장사를 하지 않고 돈만 지출하면서 놀게 되는 이치와 똑같다.
  이제 목사들과 사역자들은 직업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목사가 직업을 가져도 주일에 얼마든지 설교할 수 있으며, 봉사할 수 있다. 혹은 전도도 할 수 있다.
  필자가 작금의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에 목회 사역이 결코 종교적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도록 여러 가지의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주일날엔 교회가 아닌 학교나 공공건물에서 예배드리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서도 예배를 봐야 한다.
  더 이상 한국교회는 성도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예배당 건축에 힘쓰는 일에 매진해서는 안 된다. 목회자 자신부터 자비량 사역의 마인드로 교회 공동체를 세워나가야 한다.
  오늘날 하나님께서 기뻐하는 사람은 직업을 가지면서 교회에 봉사하는 목사와 전도사와 사역자들이다. 목사가 생활가능 한 다른 수입이 있어야 신도들의 죄책감을 이용한 헌금 강요가 사라질 것이다.
 
 신 영 규/신문학 전북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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