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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또 달려도 생활은 늘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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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또 달려도 생활은 늘 제자리
  • 최승우
  • 승인 2006.10.1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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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는 고달프다 <상>격무-과중한 사납금-회사횡포 3중고

폭설이 내리는 한 겨울에도, 가로등조차 없는 외딴 시골에서도 묵묵히 시민들의 발이 되어 준 택시.
 하지만 택시운전사들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갈수록 까다로워만 지는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기란 평생을 도로위에서 보내야 하는 이들에게 너무한 가혹한 짐이다.

“사납금 채우기도 힘든데”

 “사납금은 채워야 하고 손님은 없고, 도무지 일할 맛이 안 납니다.”
 7년 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정인호(42·가명)씨.

 하루 17시간의 중노동에도 정씨의 한 달 수입은 130만원을 넘지 못한다.
 “일일 사납금이 9만 3000원인데 그거 채우기가 보통일이 아니에요, 1시간 동안 죽어라고 돌아다녀봤자 1만원 벌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게다가 1인1차제(종일택시)는 택시근로자들의 근무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있다.
 하루 2교대 근무 때보다 근무시간이 훨씬 늘어난 것.

 정씨는 “2교대 근무체제일 당시 12시간 근무에 7만3000원의 사납금만 채우면 근무가 끝났지만 회사 측은 사납금을 2만원만 인상한다는 명목으로 1인1차제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인1차제의 경우 24시간 동안 차량운행이 가능함에도 사납금 채우기는 훨씬 어렵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종일택시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죠, 사납금 인상폭은 적으면서도 차량운행은 24시간 가능하니 일반사람들 생각에는 ‘기사들이 부수입 챙기기 좋겠다’고 하겠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1시간 동안 1만원벌기도 힘든 상황에서 사납금이 2만원 인상될 경우 최소 15시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는 것.
 정씨는 “회사 쪽에서는 사납금 외에 추가수입을 얘기하지만 24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차라리 12시간 안에 어떻게든 사납금을 채우고 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택시 근로자들의 어려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교통사고처리를 해야만 택시공제조합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택시면허를 받기 위한 운전자들은 사고처리 대신 자비를 들여 해결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 이런 경우가 있답니까? 개인택시도 아니고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이, 그것도 일하다가 사고를 내고 내 돈 들여 처리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요.”

 정씨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택시 하나만 바라보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과실이 큰 교통사고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100만원 조금 남짓한 박봉에 수십에서 기천만원까지 들어가는 사고처리비를 감당하려면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에 수년간 고생하며 택시운전을 하다가도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택시종사자들은 개인택시 발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또 차량운행에 필요한 연료량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초과운행에 필요한 연료비를 근로자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큰 부담 중 하나다.

 정씨는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으로 기름까지 내 돈 들여 넣으면 우린 뭘 먹고 사느냐”며 “길거리에 늘어선 택시들이 괜히 서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나이 든 사람들은 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이라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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