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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강한 도청, 갈수록 약한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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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강한 도청, 갈수록 약한 의회
  • 박종덕
  • 승인 2010.09.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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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회 김호서 도의장이 강한 의회를 표방하며 도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 강화를 부르짖었으나 취임 한 달여 만에 헛구호로 전락해 도민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도의회 무력화 선봉장에 김완주 지사 최측근 중 한명인 양심묵 행정지원관이 양 부지사와 기획관리실장을 제쳐두고 전면에 나서 실세과장의 파워를 재확인시켜 논란이다. 

◆ 또 다시 거수기로 전락하나 = 제9대 도의회는 새롭게 선출된 25명의 의원들이 포진해 그 어느 때 보다 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민선5기 출범과 동시에 도 본청과 출연기관, 산하기관 등에 김완주 지사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되자 김 의장 등 도의회는 코드.보은인사라며 도 집행부에 일침을 가했다.

 김 의장은 연일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 시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첫 정례회의 때부터 그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도지사는 일본출장길에 올라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지난 1일에는 하대식 의원이 도 집행부의 코드인사를 강도 높게 지적한 ‘5분 자유발언’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지만 실제 회의장에선 그 부분(인사)만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언론사는 오보 아닌 오보까지 해버렸다. 

어찌된 영문이었을까. 도 집행부의 강력한 로비가 그 위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기 때문이다. 강한 의회를 표방했지만 도 집행부 앞에서는 그 무기력함을 떨쳐버리기 힘든 대표적 사례다. 명예실추까지 무릅쓴 하 의원의 해명은 ‘도지사가 없어 폐회 때 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10월로 다가온 행정사무감사가 벌써부터 맥 빠진 감사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 동료의원은 “전북도의 로비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다선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내용을 수정할 정도 그 파괴력이 큰지 몰랐다”며 “오늘 언론지면을 통해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고 개탄했다. 

◆ 실세 공무원 ‘의회 쯤이야?’ = 하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내용이 실제 회의장에서 언급되지 못한 것은 도 집행부의 강력한 로비 탓이다. 그 중심에 양심묵 행정지원관이 막중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양 과장은 이날 하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이 취소되자, 각 언론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양 과장은 김 지사가 전주시장 때부터 지근거리서 보좌해온 도청 내 대표적 측근이자 실세로 통한다. 도청 입성 후 비서관과 예산과장, 행정지원관 등 주요 보직을 꿰찼다. 특히 하 의원과는 같은 남원 출신인데다 예산과장시절 도의원들과 상당한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행정지원관실에 전진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도 수뇌부의 전략은 이번 5분 자유발언 사태를 통해 제대로 적중했다. 도의회 사무처 기능직 공무원 순환전보 인사 문제와 관련, 양 과장은 직접 중국 출장중인 김호서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의장은 도청과 의회사무처 기능직 순환전보 인사를 연말에 함께 할 것을 요구했고, 

양 과장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도는 지난 달 26일 본청 기능직 인사를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김 의장의 뒤통수를 친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상급자인 이경옥 행정부지사와 박종문 정무부지사, 이인재 기획관리실장의 역할은 없었다. 

도의 한 관계자는 “도청 조직은 민감한 사안 발생 시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는 ‘김완주 지사-정자영 실장-양심묵 과장’ 등 3단계로 초슬림화 돼 있다”고 힐난했다. 
박종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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