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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살아있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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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살아있는 축복이다
  • 전민일보
  • 승인 2010.07.19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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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광활한 우주 한 귀퉁이에 모래알처럼 작은 지구, 그 지구위에 살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인터넷을 설치하고, 카페를 만들어 가입하고,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링크에 링크를 해 놓고, 메신저를 띄워놓는다. 외로워서 언어와 문자를 만들고, 휴대폰을 사고, 미팅을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도시를 건설하고, 인공위성을 띄우고, 나라와 민족을 강조하고, 외국과의 조약을 맺는다. 외로워서 이토록 복잡하고 거대한 문명사회와 조직을 만들었다.
  인간은 또한 고독한 존재다. 고독은 혼자 있는 외로움이다. 혼자 있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이 있을 사람이 없어 혼자 있기도 하고, 스스로 혼자 있기를 원해서 그렇기도 하다.
  외로움과 고독은 전혀 다른 의미의 말이다. 외로움(Loneliness)은 정서적, 감정적 상실감에서 오는 가련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고독(Solitude)은 내면을 성찰하고 무언가를 음미하기 위해 홀로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적극적으로 선택한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고독은 밝은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재충전과 도약을 위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고독의 시간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실존의 시간인 것이다. 누구나 애써 고독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명한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서 말한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한다. 외로움은 덜어내야 좋은 감정이지만 고독은 추구해야 할 이상인지도 모른다.
  나는 ‘외로움’과 ‘고독’, 이 두 단어가 하나의 뜻인 줄 알았다. 고독한 것이 외로움이고, 외롭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고독함과 외로움은 나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겪는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외로움이 나쁜 것만은 결코 아니다.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 쓴 자양분이다. 알껍질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이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롭고 고독해야 한다고 본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어린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데 필요한 필수자양분이다.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시가 있다. 시인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즈음 들어 부쩍 외로움이 느껴져’ 하고 전화가 온단다. 그러면 시인은 ‘너무 외로워하지 마, 외로운 건 당연한 거야,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야, 외로우니까 사람인거야, 그러니까 나는 왜 이렇게 외로운가하고 고민하지 말고 외로움은 당연한 거다, 이렇게 생각해’ 라고 이야기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시인은 동백꽃이 깎아지를 듯한 절벽에서 피는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것이지 좋아한 것이 아니라고…
  꽃은 외로워야 핀다. 철저하게 외로워야 핀다. 모진 폭풍우를 견딘 후에 꽃을 피우듯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수 없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지인이 외롭다는 말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롭다고 했다. 너도 외롭고, 나도 외롭지만 헛헛한 것과 외로움은 또 다르다.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이 다들 다르겠지만 철저하게 그 외로움에 빠져서 헤엄을 절절하게 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외로움은 세상을 빨아들이는 구름이다. 시를 만나고, 음악을 만나고, 흘러가는 시간을 만나고 나를 만나며, 가슴속 마음을 만난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그리움 뒤에 오는 사랑의 끝자락인가. 아니면 사랑을 기다리는 그리움의 첫 노래인가.
  외로움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꿈도 없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축복이다. 어둠을 통해 빛이 오듯이 외로움을 통해 삶이 깨어난다. 빛을 통해 그림자가 지듯이 나뭇잎은 바람에 부대낄 줄 알기에 호젓한 숲의 소리를 낸다.
  따라서 사람은 고독이나 불안, 외로움과 마주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독해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독자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영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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