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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우리 곁에서 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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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우리 곁에서 멀어간다
  • 전민일보
  • 승인 2009.05.06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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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태어난다.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지상에서의 첫날을 맞고, 산모의 첫 국밥도 마른 솔잎이나 솔가지를 태워 끓인다. 아이가 태어날 경우, 삼일날이나 칠일날에는 소나무로 삼신할머니에게 산모의 건강과 새 새명의 장수를 빌고 그 아이가 자라면 솔방울을 장난감 삼아 놀면서 솔씨를 먹고 허기를 달랬다.
 소년이 되면 봄마다 물오른 소나무를 꺾어 껍질을 낸 뒤 송기를 먹고 갈증을 달래며 유년의 봄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서는 소나무 껍질은 귀한 양식이 되었고, 소나무를 먹고 솔 연기를 맡으며 살다 죽으면 소나무 관에 육신이 담겨 솔숲에 묻히는 생(生)을 살았다. 죽어서는 무덤가에 둥그렇게 솔을 심어 이승에다 저승을 꾸몄다.
 전북인의 생과 사 속에 녹아든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도내 침엽수림의 50여 %를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단다. 지속된 가뭄으로 불쏘시개가 되고만 소나무는 지난달 본격적인 행락철의 시작과 함께 산불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면서 대규모로 쓰러져가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 현재 29차례에 걸쳐 발생한 산불로 소실된 도내 산림 77.49ha 가운데 소나무 피해 면적은 76.9%에 해당하는 59.6ha에 달했다. 11건의 산불 발생에는 소나무가 포함돼 있었으며, 4월 말 현재 도내 재래종 소나무의 1.4%는 병해충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재래종 소나무 10만939ha 가운데 솔잎혹파리 900ha, 솔껍질깍지벌레 500ha, 소나무재선충병 0.5ha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소나무 에이즈인 재선충병 발병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당국에서는 병해충 예방을 위해 조사원과 산불감시원 등을 통해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소나무 고사목과 의심목 등 시료를 채취, 감염 여부 확인 등 조기발견 신속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나무는 요전히 목재로서의 가치는 물론 줄기, 잎 등 어느 하나 남김없이 우리 인간에게 유익함을 제공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아름다운 소나무. 그러나 멋진 소나무를 담은 수많은 그림, 소나무의 기백을 그린 시와 노래도 머지 않아 우리 곁에서 사라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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