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강제 징집돼 국내에서 군 생활을 해야만 했던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외가 아닌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가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전주지법 제2행정부(방창현 부장판사) 7일, 김영환 옹(91)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 등 지급신청 소송에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 옹은 광복을 5개월 앞둔 지난 1945년 3월 1일, 일제에 의해 강제 징집돼 경기도 시흥 육군훈련소로 끌려갔다. 김 옹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6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집(군산시 회현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김 옹은 70년이 지난 2007년 7월,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피해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정부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에게 1명당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부상자는 장해 정도를 고려해 2000만 원 이하 범위에서 지급했다. 또 이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생존자 1명당 의료지원금을 매년 80만원 씩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국외동원 피해자에게만 해당됐다. 실제로 관련법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내 강제동원자 수가 많지 않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때문에 3만 명에 가까운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옹도 마찬가지다.
결국 김 옹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1월 김 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보상금 등 지급 신청 기각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90이 넘은 노인이 변호사도 없이 '나 홀로 소송'에 나선 것이다.
김 옹은 이번 기각 판결에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김영환 옹은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억울하다”며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나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 모두 똑같은 피해자인데 차별을 받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지난 2013년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는 국외 19만 3681명, 국내 2만 7582명이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