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8 22:00 (토)
도시락 가져오고 빵으로 끼니 때워
상태바
도시락 가져오고 빵으로 끼니 때워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11.21 0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점심시간 교실 진풍경
▲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일부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된 20일 한 학생이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짝궁과 나눠먹고 있다. 박형민기자

“어머니께서 늦게 들어오셔서 도시락 싸달라는 말을 하지 못 했어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파업으로 학생들의 급식이 중단됐다.

20일 오전 전주시의 한 초등학교. 학교의 급식소는 텅 비어 있었고, 급식소 뒤편에는 빵과 우유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들고 친구들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보온 도시락통을 준비하지 못했는지 차가운 밥을 먹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도시락이 아닌 삼각 김밥이나 주먹밥 등을 준비한 아이들은 친구들이 껴주지 않아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학교에서는 전날 학생들에게 모두 도시락을 싸오도록 공지했지만,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도 12명이나 됐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몇몇 아이들은 “한 끼 굶는다고 안 죽는다”면서 자못 씩씩한 척 교실 밖으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빵과 우유 등을 준비했지만, 아이들은 그냥 먹지 않겠다면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전해주기 위해 바쁘게 학교를 찾는 부모와 형제, 할머니 등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초등학교를 찾은 한 학생은 “동생에게 삼각 김밥 등 점심을 전해주러 왔다”면서 “급식을 중단하니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처럼의 도시락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강모군(5학년)은 “친구들이 다 다른 반찬을 싸와서 같이 먹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도시락을 남길 수 없어 다먹다보니 배가 너무 부르다”고 말했다.

송모양(5학년)은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싸주셔서 급식보다 맛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늦게까지 일하시고 아침에 도시락 싸려고 일찍 일어나셔서 많이 지쳐 보이셨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은 모처럼의 도시락이 이벤트 같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햄버거 등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거나 굶는 아이들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창 자랄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위한 급식인 만큼 파업기간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상규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춘향제 12년째 전두지휘...한복의 美, 세계에 알릴것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지유온 성장 가속화…상장전 경쟁력입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