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몰래 녹음한 40대 남편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결국은 이혼법정에 서기도전에 형사법정에서 처벌 받게 됐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서재국판사)은 18일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자격정지 4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8시께 자신의 아파트(전주시 완산구) 안방에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 아내가 내연남과 한 통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휴대폰에 음성녹음 프로그램 ‘앱‘을 설치한 뒤 안방 컴퓨터 자판기 밑에 몰래 숨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녹음은 같은 달 22일까지 이뤄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아내의 외도사실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부는 지난 2012년부터 잦은 싸움으로 관계가 멀어졌으며, 사건 발생 당시 이혼소송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폰에는 남편과의 이혼 소송 및 재산분할에 관한 사안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내용의 대화가 녹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면서도 “하지만 범행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초범인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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